‘20만원 티켓’ 무리수가 묘수로
[일요신문]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방한 경기 조건으로 전 선수들의 항공편 비즈니스석 제공, 최고급 호텔 및 최상급 훈련 시설 지원 등을 내걸었다고 한다. 여기에 엄청난 액수의 개런티는 부담이 컸다. 축구협회의 고민은 엄청났다. 일반적인 경기 입장권 판매와 TV 중계료, 스폰서 수익만으로는 부족했다. 적자는 뻔했다.
축구협회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티켓 가격을 2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선수용 유니폼 상의와 뷔페 식사까지 곁들인 티켓이었다. 여기에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고급 도시락 세트가 있는 10만 원 짜리 티켓도 만들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난리가 났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이때 희소식이 전해졌다. 브라질이 일부 부상자를 제외한 주전 선수들을 대부분 포함한 완벽한 전력을 꾸렸다는 발표였다.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수용 가능한 6만 4000여 석 가운데 불과 몇 백여 장에 불과한 한정 티켓이었지만 ‘없어서’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고가 티켓 논란’을 주제로 기사를 썼던 몇몇 언론들은 다음날 기사 방향을 ‘티켓 구매 열기 폭발’로 바꾸는 머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정말 짜릿하다고 털어놨다. “20만 원짜리 티켓을 발매한다고 했을 때는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 직원들 중에도 흥행 참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순간에 반전됐을 때 마치 한일전을 이긴 것처럼 미친 듯 설레고 흥분됐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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