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경기는 늘 1회가 가장 중요하다. 유독 1회에 약한 모습을 보며 1회 징크스를 갖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선 유일한 볼넷을 1회에 허용하며 잠시 흔들렸지만 1회부터 95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류현진은 1회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4번 타자 야디어 몰리나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통쾌하게 1회 수비를 마무리한 부분이 이날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다.
결국 웨인라이트가 무너졌다.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답답한 방망이를 보이며 부진에 빠져 있던 아드리안 곤살레스와 야시엘 푸이그가 2루타와 3루타를 작렬하며 2점을 먼저 뽑아낸 것. 류현진의 호투를 기반으로 드디어 LA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LA 다저스의 선발투수 류현진이 15일 오전 9시부터(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를 연이어 기용하도고 2패를 떠안은 LA 입장에선 홈에서 열리는 3차전까지 내줄 수는 없는 입장,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결국 류현진이 LA 선발진 최후의 보루가 됐다.
이후 완벽한 투수전이었다. 류현진은 2,3,4회 3인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카디널스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3회까진 상대 선발 아담 웨인라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웨인라이트가 3회에 무너졌다.
우선 첫 타자 마크 엘리스가 행운의 2루타를 쳐낸 것이 첫 신호탄이 됐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를 외야수들이 서로 미루다 그 사이에 똑 떨어지며 2루가타 됐다. 이날 카디널스 외야진에선 존 제이가 거듭 LA를 도왔다. 거듭된 아쉬운 수비가 LA에겐 계속된 기회가 됐다.
헨리 라미라스의 진루타로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4번 타자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타석에 섰다. NLCS에서 1안타의 빈타에 시달리던 곤잘레스는 당당히 2루타를 치면서 선취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슬럼프를 날려버린 결승타였다. 단타성 타구임에도 2루까지 전력 질주한 주루 플레이도 좋았다. 2루에 안착한 뒤 크게 박수를 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더그아웃의 동료들을 일깨웠다.
다시 안드레 이디어의 진루타로 2사 3루가 된 상황에서 역시 NLCS 11타수 무안타로 슬럼프에 빠진 괴물 신인 야시엘 푸이그가 타석에 섰다. 그리고 푸이그 역시 1타점 3루타로 슬럼프 극복을 선언했다. 푸이그는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쳐냈다.
문제는 5회초 류현진이 비로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데이빗 프리즈와 맷 아담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의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류현진은 승리를 위한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비록 안타를 쳤지만 데이빗 프리즈가 부상을 당한 것. 프리즈는 정규 시즌 경기에서 유난히 류현진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 타자다. 그렇지만 타격 과정에서 부상을 단한 프리즈는 대주자 다니엘 데스칼소로 교체됐다.
다음 타석은 거듭된 아쉬운 수비로 LA 승리의 디딤돌이 된 존 제이. 그는 이번에도 얕은 외야 플라이를 치며 물러났다. 문제는 2루 대주자 데스칼소였다. 존 제이의 타구를 안타성으로 오인해 이미 3루 가까이까지 갔던 데스칼소는 급히 2루로 귀루했지만 공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본 헤드 플레이로 인한 병살타가 된 것. 이로써 완벽하게 위기를 빠져나온 류현진은 다시 무실점으로 5회를 마무리했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 한 류현진은 마지막 이닝이 될 7회 초 다시 마운드에 섰다. 문제는 또 다시 안타를 허용한 것. 4번 타자 야디어 몰리나의 타구는 사실 플라이 아웃이 될 수도 있었지만 부상으로 정상 수비가 어려운 안드레 이디어가 이를 안타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원래는 류현진에 강한 데이빗 프리즈의 타선이나 부상으로 교체돼 다니엘 데스칼소가 나왔고 병살타성 타구를 친 뒤 겨우 타자주자만 1루에서 살아 병살타는 모면했다.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이라 매팅리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류현진은 맷 아담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날 경기에서의 역할을 모두 마쳤다.
8회 말 소중한 추가점이 터졌다. 이번에도 존 제이가 도우미였다. 칼 크로포드의 평범한 타구를 존 제이가 슬라이딩 캐치를 하려다 놓친 것.
카디널스는 세스 마네스를 구원 등판 시키며 불을 끄려 했지만 발빠른 1루 주자를 신경 쓰던 마네스는 결국 2번 타자 마크 엘리스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 상황이 됐다. 기회를 잡은 헨리 라미레스는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행운의 안타로 크로포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마네스가 그토록 신경 쓰던 크로포드의 빠른 발이 돋보인 대목이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LA는 브라이언 윌슨과 켄리 얀센이 한 이닝씩 담당했다. 윌슨은 첫 타자 존 제이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세 타자를 완벽하게 잡아냈고 켈리 얀센 역시 깔끔하게 세 타자를 해결하며 9회를 지켜냈다. 그렇게 류현진은 대한민국 투수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따냈고 LA는 NLCS 1승 2패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