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억5천만원이 투입된 이 식당은 50평 규모로 칸막이 방이 6개(48석) 딸려 있다. 바닥에는 고급 카펫도 깔려 있다. 이 식당은 지난 11월 초 이종찬 서울고검장의 특별 지시로 만들어졌다. 서울지검과 고검 소속 검사와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 ‘저렴한 비용으로 회식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 야근이 잦은 반면 주변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됐다.
그런데 정작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난제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메뉴. ‘회식 자리 용도로 세워지는 식당인 만큼 주류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사기관 내에서 어떻게 술을 팔 수 있느냐’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던 것. 고검측에선 상반된 두 의견을 놓고 고심한 끝에 절충안을 내놓았다. 고검장의 특별지침에 따라 평상시에는 주류판매를 금지한다는 것. 대신 고검장에게 사전 보고한 후 결재를 받으면 당사자들이 직접 외부에서 술을 사다 마실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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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전문식당’의 내부. 불고기, 술 등 메뉴를 놓고 논란이 벌어져 화제가 됐었다. | ||
식당을 개장하기 직전까지 검찰을 고민에 빠지게 했던 것은 비단 술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술을 팔면 당연히 안주가 뒤따라야 하는 법. 안주 메뉴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안주 메뉴로 가장 많이 추천받은 음식은 바로 불고기.
그렇지만 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검찰청사 내에 진동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검사와 피의자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기 냄새가 풍길 경우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논란 끝에 ‘원칙’이 정해졌다. 일단 각 룸에서 불고기를 직접 굽는 것은 금지. 대신 주방에서 완전 조리해서 내놓는 ‘즉석 불고기’는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불고기 이외에도 소갈비와 생선구이, 매운탕 등이 안주 목록에 올라 있다.
이 식당은 개장하자마자 하루 평균 10여 명이 예약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검찰청사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로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만 이용하고 있으며, 술을 사다 마신 경우는 아직 없다는 게 식당 관계자 설명. 한 검찰 직원은 “검사장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청사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이종찬 고검장은 바닷가(경남 삼천포) 출신이어선지 주로 생선류를 즐겨 먹는다고. 식당 관계자는 “검사장님은 주로 매운탕과 옥돔구이 등을 즐겨 드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