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증인 1인2역…블랙코미디 될 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1일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으로 증인석에 앉았다. 야당 의원이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문제삼자 서 의원이 즉석에서 넥타이를 풀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서 의원의 ‘셀프국감’에서 주된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국회의원 겸직 문제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서 의원이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직을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당 측은 기관장이 감사위원으로도 참여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서 의원을 공격했다. 야당 측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공기관이며 기관장이 각종 특혜를 받고 있어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없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국민생활체육회장이 받고 있는 특혜들을 지적했다. 서상기 회장이 받고 있는 지원은 월 500만 원의 직무수행경비와 차량, 유류비, 운전기사 등이다. 배 의원은 “실정법 위반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특혜 내려놓기 법안 통과를 시킨 마당에 특혜를 더 받기 위해 체육단체장직을 겸직 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또한 야당은 서 의원이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제공받은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 없다고 오전 국감에서 한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입수한 국민생활체육회 차량운행일지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 토요일부터 자료가 제출된 시점인 10월 13일 일요일까지 거의 매주 주말마다 차량이 서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에 내려가는 일정에 맞춰져 운행됐다. 또한 역에서 서 의원의 집까지 공용차량이 운행된 점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여당 측은 서 의원이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회장직을 맡은 것이 아니라고 그를 비호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서 의원이 체육회장이 된 것은 개인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회원들이 서 의원을 국민생활체육을 발전시킬 만한 사람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서 의원은 야당의 지적에 대해 ‘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생활체육회장직은 명예직이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지적한 국회의원 겸직 금지 조항(2014년 2월 14일부로 시행)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장직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국민생활체육회장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특혜로 지적받은 활동비에 대해서도 “관리해야 할 사람이 많다보니 단체 유지를 위해 받는 돈보다 활동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고 해명했다.
증인석에 앉기 전 선서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사실 서 의원의 국민생활체육회장직에 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국민생활체육회장직은 선거 때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지적받아왔다. 국민생활체육회는 300만 명이 넘는 생활체육인이 포함돼 있는 거대 조직으로 17개의 시도 생활체육회와 65개 종목의 종목별 연합회 등이 속해 있다. 정치인이 단체장을 맡으면서 단체 내에서 정치활동을 할 경우 지역 조직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 의원의 전임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돼 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야당 측은 서 의원이 맡고 있는 국민생활체육회 이사 중엔 새누리당 인사들이 많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생활체육회 임원 중 현직 국회의원은 김장실 의원이 부회장, 이우현 의원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유정복 장관(의원)은 명예회장으로 위촉돼 있다. 김옥이 전 의원과 김진수 서울시의회 부의장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또한 야당 의원들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조항에 국민생활체육회장이 해당돼 그만둬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까지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조항은 내년 2월 14일부터 시행된다. 이후 3개월 동안 신고와 심사 단계 등을 거치면 최대 내년 5월까지 겸직을 유지할 수 있다.
김태년 의원은 “(국감 때)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단체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 때 체육회를 이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국민생활체육회장은 정부지원금을 받아 가맹단체들에 지원금 등으로 영향력을 미친다. 국민생활체육회는 지역 구석까지 들어가 있는 조직들이기 때문에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