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최근의 경기회복세는 추경편성 등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월 말까지 올해 예산의 70%나 집행을 끝냈다. 4분기에 남은 예산이 30% 미만이다. 따라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효과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시장이 문제다. 겉으로는 상승세이나 속으로는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화근이 되고 있다. 미국이 정부부채의 증가로 인해 재정절벽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인 부채 발행 허용으로 일단 고비는 넘겼으나 내년 초면 다시 국가부도 위기가 재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도,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가들로부터 외국자본이 이탈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외국자본은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인 우리나라 증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유입된 외국자본은 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악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원화가 가파른 절상 추세다. 지난 6월 평균 113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로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속적인 외국자본 유입은 주가의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이익을 챙겨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증권시장은 붕괴를 면하기 어렵다. 증권시장이 경제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무너뜨리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일시적인 성장률 상승을 경제회복으로 호도하면 안 된다.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경제가 본격적인 도약의 궤도로 들어서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업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또 신산업 발굴과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대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개혁과 금융 및 조세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발전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지 않으면 경제는 다시 침체의 수렁에 빠진다.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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