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은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의정하사관 출신 김대업씨와 이를 보도한 <신동아> 등 일부 언론을 상대로 최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형사고발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피고인 김대업씨는 이에 대해 “왜 하라는 형사고발은 하지 않느냐”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검찰 수사로 병역의혹의 진실을 밝혀보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씨 역시 ‘추가 폭로’만 예고한 채 아직까지 의혹의 토대가 되는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별개 사안이다. 병역비리 은폐의혹과 무관한 자신의 개인적인 재판기록을 언론에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내는 소송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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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연씨 | ||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은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법률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김씨와 은폐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은 이 후보와 정연씨의 명예를 명백히 훼손한 셈이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은 그러나 지난 25일 김씨와 김씨의 주장을 보도한 <신동아> 등 일부 언론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민사소송만 제기했다. 김씨와 해당 언론사가 공모해 이 후보와 정연씨, 한나라당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이에 그동안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을 향해 ‘형사고발을 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김씨는 즉각 반격의 화살을 날렸다. “고발하라고 해도 못하는 이유가 뭔가. 떳떳하면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언제 그 사람들이 그리 관대했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병역비리 의혹이지 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재판기일 조정이 가능한 민사소송만 제기한 것은 시간 끌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이 같은 공세에도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이 김씨 등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 후보측 이종구 공보특보는 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김대업씨가 죄수 신분임에도 검찰에서 병역비리 관련 피의자를 신문했다고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특보는 이와 함께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민사소송만으로도 그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은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김씨 주장의 ‘허구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남경필 대변인은 김씨에 대해 “자신이 병역비리를 수사하는 사정기관에 근무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등 여러 차례 사기와 협박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면서 김씨 주장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의문을 풀 수 있는 ‘키’는 김씨 본인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씨는 그동안 “이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증과 증인들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통한 ‘폭로’를 예고해왔다.
김씨는 또 지난 5월 관훈토론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병무비리 은폐의혹과 관련, “(사실이라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이 후보의 발언을 되살리면서 “(이 후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게 김씨의 이야기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공방 자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왜 ‘종지부’를 찍지 않는 것일까. 당초 지난 5월로 예정된 김씨의 ‘폭로’ 기자회견은 6월말로 연기됐다가 또 다시 7월 중순으로 늦춰졌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김씨는 이에 대해 “섣불리 공개했다가는 명백한 증거조차도 정치적 공방 속에 묻힐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오는 8·8 재보선이나 대선 직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폭로’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김씨는 자신의 ‘경고’가 결코 허풍이나 거짓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회창 후보 개인의 병역비리 의혹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부각되는 것일 뿐이다. 내 바람은 그동안의 병역비리 수사가 어떻게 축소은폐됐는지를 낱낱이 공개하고 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자는 것이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다. 이것이 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