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처음부터 ‘동상이몽’
문재인 전 대선후보(왼쪽)와 안철수 전 대선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구성은 서로간 정책에 대한 이해, 대선 준비 방식, 의사소통 문제 등에서 갈등의 씨앗이 됐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정책제시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고 안 후보 측은 단일화보다 민주당의 정치 개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로 ‘불통’하며 답답해하던 속 이야기는 <비망록>과 <66일>에 그대로 드러났다.
홍 의원은 <비망록>에서 “문재인 후보는 경선 당시부터 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측은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며 “언론의 빗발치는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강연, 지역 방문 등의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씨가 쓴 <66일>의 입장은 다르다. 이 책에서는 “캠프에서 실무를 맡은 자봉이(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단일화는 단지 선거를 구도로만 이해하는 기존 정치권의 낡은 전술일 뿐, 이기고 지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며 안 후보의 출마 결정 직후 조국 교수가 ‘문-안 드림’이라는 말과 함께 단일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실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단일화 진행 과정에 대한 생각도 양측의 차이가 작지 않았다. 문 후보 측이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본 반면 안 후보 측은 단일화보다는 정치개혁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5일 안 후보가 전남대 강의에서 문 후보에게 만나자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망록>은 “그때까지 안철수가 후보 단일화에 대해 언급한, 가장 적극적인 발언이었다”고 반겼다.
반면 <66일>은 “단일화 논의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역사적인 날”이라면서도 “이날 전남대 강연의 의미는 단일화에 방점이 있었던 게 아니다. 단일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먼저 정치혁신에 합의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되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단일화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시작된 의견 충돌은 정치개혁 법안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1월 8일 두 후보가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만들기 위한 협상을 할 때에도 안 후보 측이 제시한 국회의원 수 등 당권의 축소에 대해 <비망록>은 “학자와 전문가,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라며 “진심캠프의 협상단이 제안한 정치개혁안을 통해 드러난 안철수 후보의 정치에 대한 시각은 크나큰 ‘혐오’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66일>은 “안 후보의 정책이 기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비망록>은 두 후보 간 담판이 결렬되고 난 후의 마지막 특사 회담에서 안 후보 측의 박선숙 본부장이 제시안에 대해 “일 점 일 획도 빼지 말고 이 안을 받으세요”라고 말해 결국 결렬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66일>은 언론플레이로 자꾸만 안철수 양보론 문제가 거론됐다고 지적하며 “여러 차례 상대 캠프의 비서실장에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지만 불쾌할 정도로 변화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홍 의원이 <비망록>에서 폭로한 안 후보 측의 ‘미래 대통령’ 발언 등 민감한 사안이 이유미 씨의 책에 담기지는 않아 진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단일화의 큼직한 사안들에서 양측의 골은 깊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양측 캠프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갔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자신들의 제안만 고집했다고 여겼고, 안 후보 측은 정치력이 있는 문 후보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단일화를 이끌고 가려 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 <비망록>과 <66일>의 골자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