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콜’ 하면… 백화점도 출장 서비스
한남동 주택가 전경. 한남동은 보안이 확실하고 서울 도심과도 가까워 전통적인 부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임준선 기자
서울 한남동의 한 클럽은 겉으로 봐서는 일반 사무실로 보일 만큼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회원제 식당이다. 한 건물에서 음식, 차, 주류까지 즐길 수 있으며 입회비 6000만 원에 연회비가 면제되는 방식이나 입회비 1500만 원에 연회비 380만 원을 내는 두 가지 방법으로 회원을 모집한다. 비싼 가격임에도 회원가입을 원하는 사람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데 사업 미팅, 세미나, 상견례 등의 주요 만남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음식재료도 남다르다. 특급 호텔급의 식재료에 모든 요리는 미리 주문이 가능하다. 자신의 건강과 체질에 맞춰 맞춤형 식사를 항상 제공한다고 한다. 은퇴한 대기업 사장 부부들에게 인기 만점의 장소이다.
또 다른 회원제 식당 역시 대기업 대표급 임원이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등이 아니면 가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가입서를 신청했더라도 내부 심사단의 심사과정에서 탈락 처리되는 웃지 못 할 일도 발생할 정도다.
부자들의 쇼핑방법도 남다르다. 각 백화점에서는 문을 닫아두고 VVIP만을 대상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실제 최상류층 고객들이 바깥으로 ‘행차’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대부분의 직원이 제품이나 카탈로그를 들고 출장 서비스를 가서 주문을 직접 받아온다고 한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호텔 아케이드에서도 이런 식으로 쇼핑이 이뤄진다. 서울의 한 호텔 아케이드에 위치한 의류 부티크 관계자는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고 있어도 내국인 손님을 만나긴 쉽지 않다. 대부분 전화로 주문하거나 직접 직원이 찾아간다. 최상류층 부자들은 명품 브랜드를 따지는 게 아니라 소재, 디테일, 컬러 등 재질을 우선으로 한다. 사르토(옷을 만드는 장인)와 일대일로 상담해 슈트 한 벌만도 반년이 걸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건강’으로 자신의 몸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1억 3000만 원짜리 호텔 피트니스 회원에서 운동을 하고 수억 원대의 골프장 회원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매년 1000만 원 이상의 VIP 건강검진을 받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게다가 주치의와 담당 간호사까지 항시 대기하고 있어 한 시도 건강관리에 소홀할 틈이 없다고 한다. 서울의 한 유명 병원은 명품 건강검진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각 과의 유명 전문의 10여 명이 주말에 고객 2명만을 상대한다. 간호사가 하는 기본적인 일도 의사가 직접하는 초 밀착 서비스를 해준다. 검사 결과도 즉시 통보해주기 때문에 반나절이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 있다.
사는 곳도 서울의 대표적 길지인 용산구에 밀집돼 있다. 흔히 부자들이 사는 동네를 떠올리면 으리으리한 주상복합이나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나 금융·부동산 자산가들은 서울 한남동과 성북동의 타운하우스를 주로 이용한다. 보안이 확실하고 서울 도심과도 가까워 전통적인 부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특성 때문에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