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키즈 한명당 과외교사 10여명 억! 소리가 절로~
국내 유명 회원제 ‘서울클럽’. 슈퍼리치 자식들은 유년기 시절부터 인맥 형성 등을 위해 사교모임에 가입한다.
0.1% 로열베이비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도 차원이 다르다. ‘로열’이라는 이름답게 일본 왕실의 장난감으로 알려진 ‘나카요시’의 아기 치발기, 딸랑이 등도 최근 슈퍼리치 사이에서 인기다. 나카요시 장난감은 일본 장인들이 최고급 목재를 엄선해 벌목부터 가공까지 손수 마치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완구 브랜드가 출시하는 정교한 소꿉놀이 장난감 ‘테팔 주방놀이 엑셀런스’도 인기다. 가격은 39만 원대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 이처럼 자식들을 위해 해외 명품 장난감을 구입하려는 슈퍼리치의 움직임으로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의 매출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인터넷 사이트 옥션 관계자는 “상류층 엄마들은 유아용품에 대한 선택 기준이 까다롭지만 품질만 좋다면 가격은 따지지 않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자식들이 유치원을 갈 시점이 되면 슈퍼리치의 초미의 관심은 ‘교육’이 된다. 강남 고액 유치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통 유치원 3세 과정이 1808만 원, 4~5세가 1688만 원이라고 한다. 웬만한 대학 등록금 2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부 슈퍼리치들은 33만 원에 달하는 명품 학용품 필통과 13만 원에 달하는 지우개, 백금으로 만든 샤프 등의 고가 학용품을 준비시켜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유치원보다는 개인 과외를 붙여주는 슈퍼리치도 있다. 조기 교육부터 유치원보다는 직접 엄선한 과외 선생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다. 과외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과목별로 각각 과외 선생을 두고 이 과외 선생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담당사가 따로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국·영·수뿐만 아니라 승마, 수영, 악기 등 예체능도 소홀하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유치원이든 개인과외든 교육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슈퍼리치 자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유년기 시절부터 ‘사교모임’을 필수로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멤버십 클럽’이라고도 불리는 사교 클럽은 가입비가 1억 3000만 원에 달할 정도다. 연회비는 200만~300만 원대. 멤버십 클럽은 ‘영어회화 클럽’, ‘유학준비 모임’, ‘승마 클럽’ 등으로 다양하지만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종목들을 추가시키는 게 특징이다. 스쿠버다이빙, 스노보드, 석궁 등 흔히 배우기 쉽지 않은 스포츠를 상시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슈퍼리치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 사교클럽은 향후 슈퍼리치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매너 교육, 돈 관리, 사람 관리 등의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들은 일반적으로 주입식보다는 체험식에 가깝게 배운다고 한다. 한 상류층 2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하기도 했다.
“어릴 때 교묘하게 배운 교육방식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정교하고 섬뜩했다. 모임은 주말 9~10시 아침쯤 만나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그 사이 단순하게 노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두 잔인한 사회의 룰을 아이들에게 맞게끔 풀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짰던 것 같다.”
그가 얘기하는 사회의 룰 게임은 바로 ‘달란트 게임’이다. 아이들에게 작은 아르바이트를 시켜서 달란트(일종의 게임용 화폐)를 얻게 한 뒤 그것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달란트가 많을수록 점심, 저녁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심지어 달란트가 필요할 경우 서로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갚는 형식도 가능하게끔 했다. 어렸을 때부터 돈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무의식중에 심어주는 셈이다.
최상위층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상속자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유년시절 갖가지 인성교육이 마무리되면 초·중·고교 시절에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초고액 사교육’이 뒷받침된다. 2년 전부 터 강남 사교육 시장에서는 10여 명이 팀을 이룬 드림팀이 한 아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교육법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상류층의 자제들은 건강검진 하듯 체계적인 학습 능력 분석과 컨설팅이 선행이 된다”며 “컨설팅 한 회에 보통 500만 원가량이 들고 이후 본격적으로 과외를 시작할 때는 2000만~3000만 원으로 가격이 뛰기도 한다. 대치동 사교육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인데 슈퍼리치 사교육 시장만큼은 건재하다. 일부 유명 과외교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라고 귀띔했다.
통상 슈퍼리치들의 자식들은 해외로 유학을 보내 학사 이상까지 마치도록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가 생겨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슈퍼리치의 자산을 관리하는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고등학교까지 국내에서 마친 후 해외로 대학을 진학하는 케이스가 최근 많아지고 있다. ‘돈의 힘’인지 어떤지 몰라도 대부분의 슈퍼리치의 자녀들은 명문대에 진학한다”라고 전했다.
설령 국내 대학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해외 유학을 보내는 것도 일반적인 추세다. 기업경영을 하는 슈퍼리치의 자제라면 글로벌 경험 등을 통한 경영 수업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주로 재계 3세들이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왔지만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언어를 고려해 통상 미국행 유학을 선택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성이 큰 ‘중국’이 슈퍼리치 자제들의 유학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베이징국제학교를 졸업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도 중국 유학을 준비 중인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슈퍼리치의 보편적인 자녀 교육 특징은 최고급의 생활을 영위하게끔 하면서도 최대한 엄격하면서 규칙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자식 농사만 잘 지으면 향후 슈퍼리치의 삶도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