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 모셔놓고 카드도 주지 않는 짠돌이”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지만 내부 출혈 등으로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안 의원이 11월 1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초등학교에서 열린 수락행복콘서트에서 학부모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안철수 신당’ 창당 작업이 정치권에서 떠돈 지는 꽤 됐다. 그가 국회에 입성했던 올해 초부터 신당 창당 시기를 두고 끊임없이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창당 과정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포럼 대표를 역임했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54)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정책 자문을 그만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진영의 최고 브레인이었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의 곁을 떠난 지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지난 대선 안철수 선거캠프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한 김성식 전 국회의원도 21일 “‘안철수 현상’을 새로운 정당으로 구체화하려면, (안 의원이) 스스로 내려놓을 것은 없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새 정치는 누구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안철수’라는 새정치 아이콘을 지탱하던 거물급 인사들이 하나둘 씩 떠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상신호가 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진영의 초기 때부터 함께했다는 일부 핵심 인사들도 “최근 거물급 원로들의 이탈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안철수 진영의 한 외곽 인사는 “이른바 석학들을 정치판으로 모셔올 때 ‘정책 자문을 해 달라’고 청하는데, 이 말이 이 바닥에선 통상적으로 ‘고문으로 와주십시오’라는 뜻이다. 그런데 안 의원의 최측근들이 어렵사리 거물급 원로들을 모셔오면 안 의원이 법인카드 하나 마련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원래 거물급 원로들이 이른바 정치 ‘진영’에 발을 들이면 자연히 정당조직화의 욕구를 가진 세력들이 주위로 몰려들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정책 자문이라는 것도 사람을 만나가며 얘기를 들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이를 소화할 만한 재정력 능력이 없는 원로들 입장에선 사람들은 몰려들지, 밥 사줄 돈은 바닥이 나지, 얼마나 답답했겠나. 안 의원이 제 아무리 정치신인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을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 진영에 머물렀다 최근 발을 뗐다는 한 인사도 안 의원에 대해 “자금 한 톨 내놓지 않으면서 정치 조직화 지연 책임을 일부 원로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모양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인사는 “정치라는 게 왜 자금이 필요하나. 정치세력화는 ‘만남’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원로들이 외부 인사들에게 얻어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중에 뒷말 나오지 않게 하려면 본인이 다 직접 사야 한다. 그런데 기껏해야 연금 받고 사는 원로들에게 그런 돈이 있겠나”라며 “그래서 예로부터 재계나 정계에서는 원로들을 모시게 되면 법인카드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안 의원은 법인카드를 끝까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안철수 의원의 ‘인색함’에 대해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도 독립해야 한다. 법인카드 등을 제공할 경우 과거와 같은 보스정치가 재연될 수 있다. 오히려 안 의원의 시도가 새로울 수도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앞서의 인사는 “그건 현실 정치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원로들한테 ‘물욕’을 채우라고 주는 카드가 아니라 남에게 빚 지지 마시고 깨끗한 정치, 자문활동을 하시라는 의미에서 월 최소한의 한도를 정해 놓고 필요한 자금을 보조하는 거다. 그렇다면 반대로 원로들이 채무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으며 활동하는 게 깨끗한 정치인가”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인사는 “안 의원은 적어도 자신을 도우러 온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재정적 보조를 했어야 했다. 그게 정치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럴 때 쓰려고 정치후원금을 모으는 거고. 그런데 안 의원은 재정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만 하는 것 같다.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최장집 교수(왼쪽)와 장하성 교수.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어 이 인사는 “안 의원이 신비주의 성향이 짙다는 것 역시 걱정되는 부분이다. 물론 본인이 누군가를 ‘간택해’ 신중히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고는 들었다. 그런 작업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라는 게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고 눈과 귀를 열어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그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안철수 진영에 장하성 교수 등을 제외하면 사령탑을 맡을 거물급 인사가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철수 진영의 고질적인 불안요소 가운데 ‘인적 자산’이 부실하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안 의원과 장 교수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최장집 교수의 ‘포기선언’ 건으로 둘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고 이것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았다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진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최장집 교수 사태 때부터 신뢰관계에 금이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부에선 안 의원이 ‘십고초려’를 해서 최 교수를 모셔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장하성 교수가 최 교수를 모셔왔다고 한다. 최 교수가 ‘오케이’ 사인을 줄 때쯤 안 의원이 마지막으로 최 교수를 직접 찾아간 것으로 안다”며 “안 의원이 예전에 미국에서 돌아올 때 최장집 교수의 책을 갖고 돌아와 주목받았지 않았나. 마치 비행기 안에서 읽은 것처럼. 이런 스토리를 만든 것도 장 교수다. 안 교수 입장에선 장 교수가 모든 작업을 다했는데 결국 최 교수가 안철수 진영을 떠나면서 자신에 큰 타격을 주자 중간 조율을 제대로 못한 장 교수에게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진영에 핵심 인물이 없는 주원인으로 안 의원의 최측근들 태도를 꼽았다. “현재 안 의원에게 두 명 정도의 최측근이 있다. 지금도 그 측근이 안철수 진영에 어떤 인물을 영입할지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론 노출은 하지 않고 있다. 철저히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이 측근들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평론가는 “일전에 그 측근이 나에게 ‘안철수가 대통령감으로 어떤가’라고 묻기에 내가 ‘대통령은 혼자 하나. 사람을 어떻게 모으려고?’라고 비판적으로 답변한 적이 있다. 안 의원 자체는 훌륭하지만 사람을 모으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해줬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 측근이 마음이 상했는지 바로 돌아서더라”며 “안 의원은 우리에게 굉장히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지만 단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주변 측근들이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너무 ‘안철수 감싸기’에 급급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는 안 의원에게 독이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그래도 안철수” 후한 점수 주는 인사 왜?
‘선함·진정성’ 느낌 아니까~
안철수 의원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우량주다. 안 의원과 함께 일해 본 인사들 사이에선 ‘원성’(?)도 적잖았지만 안 의원의 ‘러브콜’을 받은 인사들은 대부분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안 의원의 최측근이 모셔오지 못한 인사가 있더라도 안 의원이 직접 움직이면 안 되던 일도 성사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관련 일화도 다수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민주당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온 한 재야 인사가 최근 안 의원과 손을 잡은 이유도 안 의원의 힘이 컸다고 한다. 이 재야 인사는 10월경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에겐 특유의 ‘선함’이 있다.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안 의원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안 의원과 여러 차례 동석했다는 한 저명 교수는 역시 안 의원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이 교수는 “한 번은 안 의원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더니 ‘교수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쫙 읽어야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 날 때마다 띄엄띄엄 읽으니까 참 아쉽습니다’라고 하더라. 안 의원은 항상 뭔가를 공부하려 하고 노는 법이 없다. 그 모습에 어떤 사람들이 기대감을 걸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의 신비주의 성향 때문에 실망감도 있다”는 기자의 평에 이 교수는 “안 의원이 노원에서 선거운동 할 때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즉에 거리로 나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을 그랬다. 지금 참 행복하다’고, 안 의원은 아직 말 그대로 정치 신인 아닌가. 산 속에 있던 선비가 정치가가 되기까지 국민들이 조금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선함·진정성’ 느낌 아니까~
안철수 의원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우량주다. 안 의원과 함께 일해 본 인사들 사이에선 ‘원성’(?)도 적잖았지만 안 의원의 ‘러브콜’을 받은 인사들은 대부분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안 의원의 최측근이 모셔오지 못한 인사가 있더라도 안 의원이 직접 움직이면 안 되던 일도 성사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관련 일화도 다수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민주당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온 한 재야 인사가 최근 안 의원과 손을 잡은 이유도 안 의원의 힘이 컸다고 한다. 이 재야 인사는 10월경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에겐 특유의 ‘선함’이 있다.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안 의원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안 의원과 여러 차례 동석했다는 한 저명 교수는 역시 안 의원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이 교수는 “한 번은 안 의원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더니 ‘교수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쫙 읽어야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 날 때마다 띄엄띄엄 읽으니까 참 아쉽습니다’라고 하더라. 안 의원은 항상 뭔가를 공부하려 하고 노는 법이 없다. 그 모습에 어떤 사람들이 기대감을 걸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의 신비주의 성향 때문에 실망감도 있다”는 기자의 평에 이 교수는 “안 의원이 노원에서 선거운동 할 때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즉에 거리로 나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을 그랬다. 지금 참 행복하다’고, 안 의원은 아직 말 그대로 정치 신인 아닌가. 산 속에 있던 선비가 정치가가 되기까지 국민들이 조금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