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오는 썩은 돈에서 밥과 술 그리고 골프 접대와 성상납이 있었다. 사회 전체로 감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살아왔던 아는 변호사가 어느 날 내게 이렇게 고백했다. 브로커로 사건을 끌어들이고 술, 골프 접대로 바쁘다가 어느 날 허망한 생각이 들어 그만뒀더니 법정에서 당장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골탕을 먹었다고. 그는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밥을 굶어도 당당하게 하겠다고 했다.
로스쿨이 탄생하고 1만 2000명이 넘는 변호사들로 바글바글하다. 과연 그들이 값싸고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할까. 어쩌면 엄청난 재앙일지도 모른다. 새로 불어나는 변호사들을 보면서 나는 식인 물고기인 피라니아떼가 떠오른다. 먹을 것만 보면 그냥 가서 아무런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물어뜯는다. 배고픈 변호사들은 작은 돈만 줘도 인정사정없이 상대방을 고소해주고 수사기관에 가서 지능적인 거짓진술까지 대리해 주는 걸 봤다.
변호사인 나도 벌써 몇 번 물려 상처를 입었다. 담당 형사나 검사가 대책 없는 삐딱한 인간이라면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엄청나다. 변호사 대표단에 끼어 국무총리와 정치권의 대표들을 만나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전혀 서두를 것 없다고 했다. 국민들이 물어 뜯겨서 피를 흘리고 그 입들이 모여 함성이 될 때쯤 정책과 법을 고쳐야 표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했다. 그 이전에 하면 배경에 이권 때문에 그런다느니 하면서 말이 많다고 했다. 그게 정치라고 그들은 내게 알려 주었다.
이 사회에 진짜 필요한 변호사를 세상은 ‘인권변호사’라고 한다. 독재정권 시절 형사가 성고문을 하기도 하고 남영동에서 박종철 군이 맞아죽기도 했다. 불법한 권력과 맞서 법정 안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싸우는 게 인권변호사다. 그들은 사건을 담당하면서 억울함을 함께 느끼고 부정과 부패를 직접 대면한다. 한 문제에 대해 기자보다 훨씬 깊이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정직한 외침과 고발에 사회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변호사윤리규정에 변호사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를 위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법의 창녀들이나 탈세 같은 기술을 발휘해 주는 기능공들이 많다.
오랜 세월 법의 밥을 먹으면서 세상을 보아오고 변호사들을 보아왔다. 돈에 급급해서 죄인을 고객같이 고객을 왕같이 모셔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영혼들이 혼탁해진다. 죄는 철저히 미워하되 그들에게 사랑을 가지고 뼈있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만한 권력에 대해서는 분노해야 한다.
나는 그런 게 인권변호사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엄상익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