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과거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이 영화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수사 시스템인 ‘프리 크라임’이라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비슷한 설정의 일본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가 곧 개봉한다. 멀지 않은 미래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 등장하는 'DNA 수사 시스템'은 완벽한 범인 검거를 위한 수사방식으로 아직 발생하지 못한 범죄까지 잡아내진 못하지만 검거율이 무려 100%에 육박한다. 완벽한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시스템의 주요 관계자가 누명을 쓴다는 설정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하지만 두 영화에 등장하는 수사 시스템만 놓고 비교하면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활용한 ‘프리 크라임’보다는 DNA를 수사에 활용한 ‘DNA 수사 시스템’ 발상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런 현실성 있는 과학적인 발상은 원작의 힘에서 비롯됐다. <플래티나 데이터>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게이고는 공대 출신답게 추리소설에 과학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곤 하는데 <플래티나 데이터> 역시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소설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 소설 역시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갖는 장단점을 <플래니타 데이터> 역시 그대로 갖고 있다. 소설을 보면서는 상상만 해야 했던 이미지를 영화는 직접 보여준다. 특히 추격전은 매우 박진감 넘치게 묘사됐다. 그렇지만 소설이 얘기하는 것을 영화가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는 부분은 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한계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한 남성의 헌신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는 터라 그나마 영화화가 수월해 보였지만 <플래티나 데이터>는 훨씬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DNA 수사 시스템’의 책임자인 카구라 류헤이(니노미야 카즈나리 분)와 현장을 뛰는 형사 아사마 레이지(토요카와 에츠시 분)의 이야기다. ‘DNA 수사 시스템’의 완벽한 범인 검거율을 신봉하던 카쿠라는 자신이 ‘DNA 수사 시스템’ 공동 개발자 타테시나 사키(미즈하라 키코 분)의 살해범으로 지목당한 뒤 도주한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으며 그 허점으로 인해 살인범의 누명을 쓴 카구라, 그리고 처음부터 DNA 수사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있던 형사 아사마가 카구라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독자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기까지의 줄거리는 영화의 시작일 뿐,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것이 게이고 소설의 특징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 영화 자체도 탄탄한 추리 영화지만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원작 <플래티나 데이터>(서울문화사)를 볼 것을 권한다. 국내 개봉은 12월 12일이며 러닝타임은 133분이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 마니아라면 당연히 추천.
2. 원작 소설을 본 분들에게도 추천. 실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원작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도 묘미일 듯.
3. 기존 일본 추리물과 수사물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 단, 코믹 요소는 거의 없고 조금 영화가 무겁다.
말까?
1. DNA, 유전자 등 복잡한 과학 얘기가 싫은 분들이라면 비추한다.
2. 반전의 묘미를 바란다면 비추. 반전 자체보다는 반전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에 더 초점을 둔 영화다.
3. 꽃미남이 나오는 일본 영화는 아니다. 다만 거친 남성미를 보여주는 아사마 레이지 역할의 토요카와 에츠시는 매력적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