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단체장에 ‘종북 불똥’ 튀나
그런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공판이 진행될수록 통진당과 야권단일화를 했던 민주당에게까지 종북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5차 공판에서 내란음모 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제보자 이 아무개 씨가 2010년 경기도 수원시장 선거 당시 염태영 민주당 후보와 김현철 민노당 후보 간에 뒷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신이 RO 소속이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 이 씨는 최근까지 수원시친환경학교급식센터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염태영 시장과 민노당 간의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이면합의 문서는 이미 파기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염 시장이 당선된 뒤 수원시 산하기관에 민노당 관계자들이 잇달아 자리를 맡고 한 해 2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다.
2011년 10월 14일 당시 박원순 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함께 서울 경동시장을 방문해 과일판매 체험을 하는 모습. 일요신문 DB
지난 지방선거 당시 야권단일화에 대한 민노당과의 뒷거래 의혹은 수원시뿐 아니라 성남시, 하남시에서도 연이어 불거졌다. 경기동부연합의 세력이 강한 성남시에서는 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가 김미희 민노당 후보와 정책 연합을 맺고 당선됐다. 이후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설립한 ‘나눔환경’이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하남시에서도 민주당 소속 이교범 시장이 김근래 통진당 후보와 이면합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13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RO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김근래 부위원장의 컴퓨터에서 단일화 조건으로 하남시 각종 단체 운영권과 재정지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이면합의에 대한 문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교범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중앙당과 통진당 단일화는 당시 선거분위기와 시민 화합을 위해 이뤄진 사항일 뿐 보도된 것처럼 이면합의는 전혀 없었다”며 “만일 이면합의 사항이 사실이라면 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단일화 관련 의혹들이 결국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진당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종북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에 대해 비난하자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미화원들이 만든 협동조합인 나눔환경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회적 기업으로 심사 선정한 후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수억 원대 국비를 지원 중”이라며 “일감을 준 내가 종북이면 MB와 김문수는 고첩(고정간첩)인가”라며 종북 몰이를 비판했다.
문제는 통진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한 내란음모 공판이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한 재판인 만큼 길어질 경우 현직 수원·성남·하남 시장의 재선이나 지방의회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할 때도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이교범 하남시장.
민주당 측은 통진당과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아무 증거도 없는 주장들일 뿐이고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이 과하게 종북 몰이를 하는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파헤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의 여파가 앞으로 다른 민주당 소속 시장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일부 매체들은 박원순 시장이 후보 당시 민주노총 통진당 등과 서울 25개 구청에 노동복지센터를 짓겠다는 정책합의를 했고 4개의 센터를 짓고 2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경우 합법적인 부분이어서 논란이 확산되지는 않았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시기와 민주당 시장들에 대한 민노당 관련 의혹이 폭로된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며 “특히 국정원이 뒷조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다. 경기도 지역에 이어 결국 민노당 관련 의혹이 박원순 시장으로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무성하다”고 우려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