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친구…’ 김선우, 임재철 따라 LG행
# 김진욱 감독 경질, 진짜 이유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11월 말까지 10개 구단의 감독 교체가 없자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이었다. 11월 26일까지 10개 구단 어느 팀도 감독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나 27일. 두산이 내년까지 임기가 남은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송일수 2군 감독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야구계는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놀라면서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경질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발끈했다.
구단과 김 감독이 입을 꽉 다문 채 말이 없자 의혹과 비난은 증폭됐다. 그즈음 야구계에 떠돈 소문이 있었다. 경질 전, 김 감독과 구단 수뇌부가 전화상으로 대판 싸웠다는 소문이었다. 한 야구인은 “구단이 윤석민과 넥센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의 트레이드를 추진하자 김 감독이 적극 반대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구단이 감독의 요청을 묵살하고, 윤석민을 트레이드하자 김 감독이 구단 수뇌부에 전활 걸어 ‘어떻게 감독 모르게 트레이드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며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야구인은 덧붙여 “언쟁 때문에 구단과 김 감독의 사이가 벌어지고, 급기야 김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과연 사실일까. 김 감독이 윤석민의 트레이드를 반대한 건 사실로 확인됐다. 김 감독은 “가능성이 풍부한 차세대 거포 윤석민을 굳이 장민석과 바꿀 필요가 있느냐”며 구단의 트레이드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 문제 때문에 전화상으로 논쟁을 벌인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산의 한 고위층 인사는 “27일 경질될 때까지 김 감독이 구단 단장, 사장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며 “김 감독은 경질되기 전, 윤석민 트레이드에 아쉬워하면서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는 말로 구단 결정에 순순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 감독 경질은 구단과의 언쟁과는 연관성이 없으며, 그런 언쟁이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감독 역시 “구단과 대판 싸웠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 김선우 한화에서 LG로 튼 배경은?
김선우의 LG행에 절친인 임재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사실 한화가 김선우와 접촉한 건 김응용 감독 때문이었다. 선발자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김 감독은 김선우가 두산으로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구단에 “김선우를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화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김선우와 접촉했다. 첫 만남에선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몸값에서 다소 이견이 있었다.
임재철.
한화 관계자는 “솔직히 1억 원 때문에 김선우 영입에 미온적이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돈보단 김선우의 고질적 허벅지 부상에 대한 염려가 더 컸다”고 귀띔했다.
김선우도 한화와의 협상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만약 몸값을 올리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시간을 더 끌어도 됐을 일이었다. 그러나 김선우도 가족이 터를 잡은 서울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바랐다. LG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김선우 영입에 성공한 것도 그의 정확한 속내를 읽은 덕분이었다.
야구계에선 이런 정보를 제공한 이로 김선우의 ‘절친’ 임재철을 꼽는다. 올 시즌까지 두산 외야수로 맹활약한 임재철은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한 LG 코치는 “(임)재철이가 (김)선우한테 ‘LG에서 같이 뛰자’라고 말한 게 선우의 LG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만약 재철이가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지명을 받았다면 선우도 아마 친구 따라 한화에 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 이순철의 등을 떠민 건 한대화다?
사연은 이렇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KIA는 이순철 수석코치에게 “내년 시즌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마디로 이제 팀에서 나가달라는 뜻이었다. 잘나가던 해설가 자릴 박차고, 친구인 선동열 감독을 따라 친정 KIA 수석코치로 취임했던 이 수석으로선 씁쓸한 통고였다. 문제는 이 수석의 후임이 바로 한대화 KIA 2군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야구계엔 “1군 수석코치를 욕심낸 한 2군 감독이 시즌 내내 선 감독에게 이 수석과 관련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해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했다”며 “결국 선 감독이 이 수석을 자르고, 새로운 수석코치로 한 2군 감독을 선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2군 감독과 이 수석은 과거 해태 시절 한솥밥을 먹던 절친한 사이였다. 한 2군 감독이 한화를 떠나 KIA에 새 둥지를 틀 때도 이 수석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두 사람이 ‘누가 누구를 밀어내려고 공작을 꾸몄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된 건 역설 이상이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 수석은 시즌 전부터 ‘이번에도 4강에 들지 못하면 선 감독을 위해 내가 먼저 희생할 것’이라며 이미 사퇴를 결심하고 있었다. 이 수석은 “한 2군 감독으로부터 ‘그런 소문이 있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둘이 한바탕 웃었다”며 “한 2군 감독처럼 선 감독과 과거 삼성에서 사령탑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춘 야구인이 신임 수석코치가 되는 게 낫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