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선씨(미래도시환경 대표) | ||
지금껏 최씨에 대해서는 경찰 3~4명의 삼엄한 경비속에 외부와 완전 차단된 병실에서 홀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의 병실 안에는 마치 사무실을 옮겨놓은 듯 회사직원 등 측근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
최성규 전 총경의 국내 송환이 임박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최씨의 최근 가석방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최씨가 머물고 있는 병실은 서울삼성병원 본관 20층 특실. 이곳은 외부 방문객의 접근을 차단하기에 최적의 병실로 꼽힌다. 입원비만 하루 6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호텔 객실 못지 않은 VIP룸이다. 특실은 일반 병실과는 달리 복도앞에 현관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인터폰을 통해 내부 병실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일단 현관문이 열려야 다시 병실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만나고 싶지 않은 방문객은 인터폰 앞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다.
두 겹의 차단막 속 ‘밀실’에서 현재 최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씨의 변호인인 강호성 변호사는 “수술은 잘 끝났지만 시신경이 죽어갈 위험성이 있는 만큼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시 가석방이라도 면회는 일절 허용되지 않고 있다. 경찰의 감시도 엄격하다. 말이 가석방이지 사실상 영어의 몸이긴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삼성병원측의 설명도 비슷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밖에는 항상 경찰이 지키고 있고, 면회도 변호사 외에는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2주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병원을 방문했던 기자는 비록 최씨를 직접 만나는 데 실패했지만, 주변 관계자들을 통해 그의 내부 생활을 어느 정도 상세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가 전하는 최씨 병실의 분위기는 변호인이나 병원측의 설명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 정적이 감도는 대신, 사람들의 잦은 왕래와 상주 업무로 제법 시끌벅적하다는 것. 회사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2~4명씩 상주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경호요원과 여비서도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인 듯한 사람 몇몇이 교대로 병실을 드나들면서 최씨의 업무 지시를 받기도 하고 여러 잔심부름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들이 최씨를 ‘사장님’으로 부르는 것으로 봐서 회사 직원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일부는 ‘박사님’으로 부르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 최규선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삼성병원 본관 20층 특실은 복도 앞에 현관문이 설치돼 있어 외부와 차단된다. | ||
서울구치소 구속 수감 후 잦은 돌출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최씨는 이번 가석방 중에도 ‘튀는 행동’이 빈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씨는 병실 밖을 나서려는 시도로 인해 경찰측과 적잖은 마찰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식사를 하러 나가야 겠다”며 병실을 나서려다 이를 말리는 경찰과 다퉜다는 것. 결국 이런 다툼은 경찰의 항의를 표출시켰고 결국 최씨는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전효숙 부장판사)에 의해 거주지가 병실과 치료실 단 두 곳으로 제한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최씨와 말다툼을 벌인 수서경찰서의 한 형사는 “최씨가 오랜만에 구치소에서 나오다보니 식사도 좀 밖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고 산책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나이도 우리보다 어려보이는 사람이 반말식으로 ‘순사’ 어쩌구 하며 말을 함부로 하길래 같이 언성을 높이고 싸웠다”고 털어놨다.
면회객도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형사는 “변호사와 가족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린다. 하지만 우리는 최씨를 밖으로 못 나가게만 하면 되지, 누가 면회를 오던 그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히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원 초 경찰에게 기자들의 출입을 무조건 막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경찰측이 “우리는 당신의 경호 요원이 아니다. 그런 것은 당신들이 직접 하라”고 일축했다는 것.
그 이후부터 복도 밖의 인터폰을 통한 면회 허용 여부는 최씨와 그의 부하 직원들이 직접 챙겼으며 경찰은 이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전하는 최씨의 건강 상태도 아주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은 “식사도 잘 하고, 원래 성격이 쾌활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건강해 보였다. 기세가 등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2주간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된 것에 대해 법원측은 “전문의의 소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병원측은 이에 대해 확인 자체를 거부했다. 전문의를 대신해서 서동면 홍보팀장은 “담당 의사의 성향이 원래 전문적 소견에 대해 외부에 함부로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님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최씨의 일시 가석방을 최근 최 전 총경의 조기 송환 움직임과 연계짓는 항간의 시선에 대해 최씨측은 강력 부인했다. 강 변호사는 “최씨는 최 전 총경이 빨리 들어와서 진실을 밝혀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남 모 병원의 의약 리베이트 수사 무마 대가 빼고는 그 어떤 것도 떳떳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선택한 특급 병실은 오히려 밀실의 기능을 갖추게 해준 형국이 되고 있다. 외부의 눈이 차단된 특급 병실 안에서 최씨는 자신의 측근이나 다름없는 사람들과 함께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최씨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2부는 애초 가석방 결정부터가 찜찜했다는 반응.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최씨의 신분이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만큼 외부인 면회를 전면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 “22일까지 거주지 제한을 엄격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