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재통합 결국 어거지였다”
추미애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솔직히 후단협 발기 당시엔 나도 몰랐다. 지금까지 김민석 전 의원 혼자 욕을 먹고 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어차피 김 전 의원을 먼저 정몽준 후보 측에 보내고, 나머지 인사들이 우르르 따라갈 예정이었다. 그때 내 반대 논리는 ‘지면 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당원과 국민이 뽑은 후보를 버릴 권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때 정말 회의에서 거칠게 싸웠다.”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었지만, 후단협 이후 촉발된 민주당 내 신주류와 구주류 간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이른바 친노-비노 간 계파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시 민주당 내에선 신주류와 비주류 간 의원 모임도 나뉘어 운영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다. 당시 추 의원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선 때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선거 최전선에서 활동했지만, 신주류에서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동교동계 4세대 출신이었다. 결국 추 의원도 분당을 막지 못했고 2003년 11월, 민주당은 찢어졌다.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추 의원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한 달에 살이 1㎏씩 쑥쑥 없어지더라. 그때 사실, 노무현 대통령께 편지를 썼다. ‘정치개혁은 인기가 있으면, 얼마든 할 수 있고 급하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인이기 때문에 호남을 대변할 수 없지만, 노 대통령은 그게 가능하다. 호남이 노무현에 열광한 이유다. 그런데 왜 당을 쪼개는 데 그 에너지를 쓰느냐’는 고언이었다. 당신이 약속한 지역균형발전 하자는 거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은 없었다.”
분당 사태는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추 의원은 민주당에 남았다. 하지만 이듬해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강수 행보를 이어간다. 추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탄핵 반대론을 폈지만,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뒤였다. 추 의원 측이 이제야 밝힌 내용이지만, 당시 탄핵 직전 당 지도부 비공개 회의에서 한 원로급 위원은 반대론을 편 추 의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까지 집어던지는 일촉즉발 사태까지 갔다고 한다. 이후 조순형 대표와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당 개혁에 있어서 조 대표는 백팔십도 입장을 바꿨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정말 지긋지긋했다. 내가 민주당에 남은 것은 여전히 전통을 이어온 대단한 정당이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제대로 개혁해야 멀쩡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간판 내리고 문 닫아야 했다. 당내 개혁이 좌절되고 난 칩거에 들어갔다.”
2004년 영등포을 박금자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는 추미애 선대위원장. 임준선 기자
“내가 칩거하던 중 총선을 앞두고, 당 사무총장이 찾아왔다. 임창렬 경기지사가 다리를 놨다. 당시 당에서는 조순형 대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추미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때 사무총장이 조 대표의 입장을 담은 문서 하나를 들고 왔다. 공천권을 내게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단, 조건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탄핵과 관련해 사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에서는 당직자들이 나의 복귀를 희망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집에서는 친정엄마, 형부, 언니까지 나서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결국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 추미애 의원은 남산의 모처에서 조순형 대표와 면담을 갖는다.
“조 대표는 나를 믿게 하려고, 앞서 건넨 문서의 원본에 대표 도장을 찍어준다고 했다. 그때 난 ‘마음을 비우면 됐다. 대선배 앞에서 도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했고, 신뢰 차원에서 결국 도장을 안 받았다. 그런데 이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됐다. 부랴부랴 후보 등록기간을 2일 앞두고 공천심사위를 꾸리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공천심사를 진행했다. 그때 우리는 탄핵에 실질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유용태, 김옥두, 박상천, 최재승 의원을 만장일치로 낙천시켰다. 이 명단을 조 대표에게 보여주니, 얼굴이 하얘지더라. 그러더니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심사위 모르게 선관위에 가서 도장을 바꿔 버린 거다.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
추미애 의원이 주관한 민주당의 개혁공천은 무산됐고 당 지도부는 다시금 공천명단을 추려내 선거에 임했다. 추 의원은 옥새파동 이후 심신이 완전히 무너져 결국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렇게 당에서 멀어져간 추 의원의 다음 행보는 뜻밖이었다. 선거 운동기간 시작일이 한참 지나고 그는 광주에서 2박 3일간 15㎞에 달하는 삼보일배 행보를 걸었다. 사실 추 의원이 이를 행할 당시만 해도 외부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당에서는 탄핵에 대한 사과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이를 말로만 하지 않으면 될 뿐 행동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참모 한 명이 삼보일배를 권했다. 4월 3일, 제주 4·3 항쟁 행사를 다녀오는데 마음이 동했다. 희생자들 대부분 꿈처럼 바람처럼 생을 마감했는데, 죽고 사는 게 큰 문제가 아니더라. 내가 삼보일배를 완수하고 몸이 죽으나, 중도에 포기해서 정치적 생명이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선거는 패했지만, 마음은 찌꺼기 풀어내듯 후련했다.”
조순형 대표와 추 의원이 대통령 탄핵안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미국에 있을 때, 인편으로 개각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환경부 장관이었고, 두 번째는 통일부였다. 그리고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남 해남·진도 지역구 출마 제안도 왔었다. 나의 과거를 이해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지만, 갈 수 없었다. 내가 만약 이를 받아들였다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양측 싸움만 붙여놨을 것이다. 솔직히 민주당 측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내게 권하기도 했다. 어느 쪽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추미애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한다. 그해 7월, 민주당 탈당파를 비롯해 열린우리당과 일부 새누리당 세력은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불완전한 통합을 하게 됐다. 당시 유명했던, ‘용광로 통합론’을 제창했던 이가 추 의원이었다. 정당 통합은 그저 깨진 그릇 맞추듯 봉합해서는 안 되고 한 데 녹여 완전한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어렵사리 이뤘던 당시의 통합은 깨진 그릇 붙여놓은 것만도 못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이를 추 의원도 “어거지로 했다. 나도 그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2002년 후단협 사태 이후 2003년 당 분열, 2007년 불안전한 재통합을 거친 현재의 민주당은 여전히 당론 분열이 당내 제1의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대선 패배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전당대회를 통해 입성한 비노진영의 김한길 당대표. 그의 첫 번째 사명은 역시 당론 분열 해결이었지만, 최근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진영의 행보를 보자면, 낙제점을 면할 수 없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한길 지도부를 걸고 직접 불평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정치인은 세 가지 국민이 있다고. 당원, 중간의 지지세력, 그리고 나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지금의 민주당은 중간의 지지세력으로부터도 사랑을 못 받고 있다. 예전의 원죄(분당 사태)가 여전히 용서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지세력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지 않고 본인 잇속만 챙기는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문제는 결국 분열이란 얘기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당이 부른다면…”
추미애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시 가장 큰 관심 지역은 서울시장이다. 추미애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야권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항간에는 최근 추미애 의원이 발기한 ‘꿈보따리정책연구원(원장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외곽조직일 것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그동안 추 의원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에 관한 질문에 추 의원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연구원 발기가 내년 시장 출마 목적을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당에서 요청이 있다면 고민할 수는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당의 요청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당이 부른다면…”
추미애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시 가장 큰 관심 지역은 서울시장이다. 추미애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야권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항간에는 최근 추미애 의원이 발기한 ‘꿈보따리정책연구원(원장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외곽조직일 것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그동안 추 의원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에 관한 질문에 추 의원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연구원 발기가 내년 시장 출마 목적을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당에서 요청이 있다면 고민할 수는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당의 요청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