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판 붙자” 당권 앞으로!
추미애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펼치고 있는 ‘북콘서트’에 대해 설명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해 12월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광주광역시에서 첫 번째 북 콘서트를 연 이래, 지난 1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두 번째 북 콘서트를 진행했다. 2월 10일에는 자신의 고향이자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2월 18일에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추미애 의원 측은 “아직 장소 확정이 안됐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도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이와 더불어 수강 인원 50명만 모이면, 전국 어디서든지 추 의원이 직접 찾아가 강연회를 진행하는 행사도 겸한다. 이러한 강연회도 지금 몇몇 곳에서 신청을 받아 이미 예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분명 지방선거를 앞둔 여느 지역구 의원들과는 비교되는 대목. 대개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 관리에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울 광진을이 지역구인 추 의원의 경우는 도리어 행보의 폭을 전국으로 넓히는 모양새다. 설 연휴를 전후해 전국 세배 투어를 진행한 김한길 대표와도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지난 7월에는 꿈보따리정책연구회(이사장 김성훈)라는 외곽조직을 설립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이어지는 추미애 의원의 전국적 행보는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원래 추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였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부겸 전 의원과 더불어 당대표 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해다. 4선에 해당하는 의정 경험, 비교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으면서도 주류와 비주류 진영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 지금까지 당대표 후보감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의 최근 행보 역시 차기 당권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착한 경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사회적 가치 기본법 도입의 의미와 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러한 그의 전국적인 정중동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역시 출범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한길 지도부의 현 상황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안철수 신당의 창당 현실화, 여전히 낮은 정당 지지도, 이에 따른 지방선거 전망 불투명 등 상시적 악재는 물론, 최근에는 당 지도부에 대한 당 내부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주류와 비주류, 심지어 지도부 내부에서까지 내홍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관철을 피력한 김한길 대표에 대해 비주류 진영인 조경태 의원은 특검 반대 기자회견을 통해 “김한길 지도부가 친노세력에 휘둘리고 있다”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친노 진영인 정청래 의원에게는 “당 지지율 하락은 당 지도부가 비판을 차단하고 국민을 대변 못하고 야당다운 선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김한길 대표는 조경태 의원 입단속 잘하시라”는 비판을 받았다. 원로급에 해당하는 박지원 의원 역시 “김한길 혁신은 비현실적”이라며 김한길 몰아세우기에 동참했다. 사방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형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김한길 지도부에 대한 당 내 불만이 일부 개혁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력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선 만약 오는 지방선거에서 김한길 지도부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임기 중 ‘식물 지도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더 나아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혹은 조기 전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의원(맨 왼쪽)은 2012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의원 입장에서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이상,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려있는 당권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차기 총선은 차기 대선에 1년 앞서 치러진다. 차기 총선 및 공천 결과는 향후 문 의원의 대선 도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
어쩌면 색깔이 분명한 대선 주자 문재인과 차기 당권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추미애 의원의 ‘빅매치’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난항을 겪고 있는 김한길 지도부가 벌써부터 야권의 차기 당권 시나리오를 조기에 생산해 내고 있는 형국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