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찬반론’으로 쟁점 이동
외삼촌 부부는 어린 조카를 잘 대해줬지만, 이미 이 양에게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두고 휴대폰 채팅으로 또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얼마 뒤 배가 불러오자 성관계를 후회했지만 아이를 지울 수는 없었다. 지난 8월 소녀의 몸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하지만 아기의 아빠는 곁에 없었다.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된 탓이었다. 그후 이 양은 독립가구주 신청을 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정부의 육아보조금도 받으며 4개월 가까이 아기를 돌봤다.
외삼촌 부부가 곁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보채는 아기를 키우기에 소녀는 너무 미숙했다. 결국 이 양은 아기를 안고 부산으로 가출 아닌 가출을 한다. 이후 며칠간 모텔 방을 전전하며 아기를 방 안에 둔 채 짬짬이 밖으로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놀이기구를 타다 만난 여자 친구와 밤새 술을 마신 뒤 아기가 잠든 모텔의 옆 모텔에서 친구와 잠을 잤다. 그 사이 아기는 얼굴에 이불이 덮인 채 숨진 모습으로 모텔 종업원에게 발견됐다. 아기를 모텔 방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영아 유기치사)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이 양은 “아기가 깰까봐 다른 모텔에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사건의 내용이 하나둘 전해지면서 트위터리안은 갖가지 의견을 쏟아냈다. 우선 아기의 죽음을 애도하고 기구한 사연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kio****는 “죽은 아가가 너무 불쌍하고, 평생 가슴에 상처를 품고 살아야 할 아기 엄마도 안됐다”며 혀를 찼다. pin****는 “어쩌면 한창 사랑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미혼모의 딸로, 그리고 아기를 둔 미혼모로 살아야 했던 처지와 환경이 이런 안타까운 비극을 키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 양이 엄마로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다’는 시각도 꽤 많았다. bas****도 “분유 값이라도 벌려고 밖에 나왔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엄마가 놀다가 방치된 아기가 죽었다”며 “일벌백계를 위해서라도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꽉 막힌 성교육’이나 ‘사회적 안전망의 미비’ 등에서 사건의 숨은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hir****는 “지금의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 과거에 비할 바 없이 조숙해졌다”면서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심과 책임 의식을 일깨워주고, 피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적었다. sun****는 “철없는 10대 엄마에게만 돌팔매질하기에는 너무 뼈아픈 사건”이라며 “미혼모 전담 상담제도와 대리양육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고 널리 홍보되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불똥이 ‘낙태 허용’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roa****는 “아기를 돌볼 수 없는 처지에서 아기를 낳아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했다”면서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미숙하고 생활능력이 없는 10대 미혼모에 대해서도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li****도 “불행한 삶 속에 버려질 아기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인 낙태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wri**** 등은 “불우하건 유복하건 간에 생명은 귀한 것이고, 그 생명이 일궈갈 미래의 가능성은 누구도 결코 예단할 수 없다”며 “인위적으로 미래의 싹을 잘라 내는 무분별한 낙태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