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비메모리 사업부 간 이해관계 달라…비판받은 초기업노조 과반 노조 유지 주목

삼성전자 사측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총파업을 하루 앞둔 5월 20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5월 22일부터 5월 27일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총 6만 2616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4만 6142표, 반대 1만 6474표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95.5%, 찬성률은 73.7%다. 초기업노조는 투표에 참여한 5만 5333명 가운데 80.6%인 4만 4606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투표에 참여한 7283명 중 21.1%인 1536명이 찬성했다.
투표가 가결되자 사측과 공동교섭단은 조인식을 갖고 2026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2026년 임금협약은 마무리 됐지만 ‘노노갈등’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삼성전자 내 노조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삼성전자 동행노조 등이 있다.
초기업노조에서는 5월 29일 11시 기준 6만 7269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삼노는 같은 날 10시 기준 2만 604명의 조합원이 있다. 동행노조의 조합원은 6시 기준 1만 8100명이다.
초기업노조는 DS(반도체부문) 중심으로 조합원이 구성됐고, 전삼노는 DS와 DX(가전·휴대폰 부문)가 균형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는 DX가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업부를 중심으로 세 곳의 노조가 결성되다 보니 노조 간 의견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임금협약은 전체 노동자의 과반을 조합원으로 확보한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입금협상을 진행했다. 과반을 확보한 노조는 노동자를 대표해 사측과 노동조건을 협상하는 대표권을 갖게 된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노조 간에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DX 부문 노조 조합원들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제가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조합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임금협상의 논의의 중점이 DS 부문에만 편중돼 있어 DX 부문을 포함한 많은 임직원들의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협상안은 역대급 실적에 맞는 전반적인 보상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동행노조는 노사가 20일 도출한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해서도 “DX 부문을 철저히 ‘패싱’하고 차별하는 이번 합의안의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조합원 및 직원들을 인질삼아 독선적 합의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는 소수 노조의 평등권이 배제됐다며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 기일이 투표 종료일 이후로 잡히면서 찬반투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동행노조는 투표 무효 소송도 제기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동행노조는 DX 조합원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동행노조는 5월 2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공지를 통해 “저들(공동교섭단)은 숫자로 우리를 눌렀다고 승리에 도취해 있겠지만, 동행노조가 법정 출두를 시작하는 순간 저들의 꼼수 합의는 거대한 사법적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된다”고 전했다.
전삼노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다. DS 부문과 DX 부문이 반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29일 조합공지를 통해 향후 임단협과 관련 “최근 DS와 DX의 분리교섭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러면 사측이 원하는 재원 논리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분리 교섭은) 우리의 힘을 분산시켜 사업부별로 경쟁하게 하는 구조다. 꽃놀이패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도 각 사업부 간 반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한때 7만 6000명까지 조합원 규모가 확대됐으나 임금 협상 과정에서 조합원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6만 7000명대로 내려왔다. 이 때문에 과반노조의 지위 수성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됐다. 과반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6만 4500명가량의 조합원이 필요하다.
초기업노조는 DX 사업부 조합원만 신경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DS 부문 산하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의 보상체계도 신경써야 한다. 초기업노조가 지난 1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은 7만 7300명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부문 직원은 2만 7400명이다. 나머지는 비메모리 직원이다.
초기업노조의 DS 부문 조합원은 6만 3105명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부문 조합원은 2만 3918명이다. 나머지는 파운드리(1만 4400명), LSI(6500명) 등 비메모리 사업부 소속이다.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이 없으면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사업부 간 갈리는 이해관계
초기업노조는 이 같은 기류가 확대되자 대책을 내놨다. 지난 5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DS 부문과 DX 부문을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기업노조는 “향후 진행되는 교섭에서는 DS 부문과 DX 부문을 따로 분리해 각 부문의 특수성과 현안을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집행부를 DS 부문 5명, DX 부문 3명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DS 비메모리 부분 챙기기에도 나섰다. DS 부문 내 시스템LSI·파운드리의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흑자 전환 비전 제시를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교섭에서 다루지 못한 CSS 조합원 처우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최승호 위원장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오간 실수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최 위원장은 “교섭 과정에서 ‘파운드리 이직을 돕겠다’, ‘DX 못 해먹겠다’ 등의 경솔한 발언을 한 점 조합원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말뿐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분들의 실망과 제 잘못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받겠다”고 전했다. 위원장 재신임 총회는 6월 17일 공고할 예정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의 노노갈등에 대해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고 이건희 명예회장이 OPI(초과이익성과급)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기준이 명확해 갈등이 없었다”면서 “이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