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총재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검 청사에 자진출두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대선자금 제공자(대기업)에 대한 수사시한이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대선자금 제공자에 대한 수사를 연말까지 마무리짓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지금까지 수사에서 검찰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재벌기업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제공받은 대선자금의 일부 내역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돈을 준 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받은 자에 대한 수사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예정대로라면 연말까지 제공자에 대한 수사가 끝나고 내년 초부터는 받은 자, 즉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선자금 수사 제2 라운드가 벌써부터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 실제로 검찰은 2라운드를 향한 행보를 뗄 준비를 하고 있다. 대선자금을 제공받아 사용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나설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대기업들이 최돈웅 의원(SK 1백억원)과 서정우 변호사(삼성 1백52억원, LG 1백50억원, 현대차 1백억원)를 통해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정도. 자금을 제공받은 한나라당이 어디에 누구를 통해 얼마만큼의 자금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대상으로 남아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의 지난 10월16일 언급처럼 ‘선거 때 돈 챙겨 해외에 빌딩을 산 사람’의 신원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SK 수사 당시 소환 대상자로 거론됐던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 대선자금의 용처를 밝혀내는 과정에 자연스레 이들 정치인을 포함시켜 조사와 처벌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
▲ 안희정씨가 지난 14일 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 전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사법적인 책임도 지겠다”고 선언한 뒤 곧바로 검찰청으로 향했다.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는 것.
검찰이 SK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서너 차례 소환조사했던 이상수 의원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한나라당에 1백50억원에서 1백억원까지 은밀히 대선자금을 제공했던 대기업이 후보단일화 이후 대선일까지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던 노무현 후보에게 단 한푼도 제공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제2라운드는 대선 당시 노캠프에 유입된 대선자금 수사로 시작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썬앤문으로부터 1억원을 제공받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이 돈을 안희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 주목된다. 더욱이 안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몇몇 기업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됨으로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안씨의 구속으로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 유입된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패자의 5백억원대 대선자금을 밝혀낸 검찰이 승자의 대선자금까지 밝혀내, 대기업 대선자금 전모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5백억원대 거액의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에 유입됐음을 밝혀낸 검찰이, 안희정씨 등을 통해 노무현 캠프에 유입된 또다른 대선자금의 규모와 전달방법 등을 밝혀내고, 정치권에 유입된 대선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밝혀내는 일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질 대선자금 수사의 핵심 관전포인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