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치는 친노세력의 동상이몽

겉으론 똘똘… 속으론 뿔뿔이

[일요신문]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정중동 모드였던 ‘친노’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문재인 의원 대권 재도전 시사를 계기로 친노 인사들은 눈에 띄게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12월 14일 자신의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 북 콘서트에서 “제가 부족해 뜻을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5년 뒤로 미뤄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을 분명히 했다.

생각에 잠긴 문재인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다음날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회엔 친노가 총출동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민주당 한명숙·이해찬 의원,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의원만 개인 일정으로 빠졌을 뿐이다. 행사장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몇몇 친노 인사들은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친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부분 정치 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집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친노 대권주자인 문 의원으로서는 안철수 신당으로 인해 야권 정치지형의 빅뱅이 예고되는 가운데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잡고, 안철수 의원을 조기에 견제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하다. 민주당 내 친노와 비노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국민들이 참으로 어려워하는 때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부터 생각하는 게 도리”라며 세 결집에 나선 친노 인사들을 꼬집었다. 민주당의 대표적 비노계 인사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자기들끼리 세력화 하겠다고 하면 자기들끼리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탈당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철수 의원 측도 견제에 나섰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 이계안 공동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 야당 진영은 모든 역량을 합했지만 졌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진 것에 대한 제1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를 굳이 따진다면 문재인 후보였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가 야권으로부터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친노 내부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문재인 의원 ‘2선 후퇴론’까지 들고 나올 기세다. 이를 놓고 정가에선 친노 차기 주자들 간 파워게임 조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친노 성향의 ‘잠룡’들이 문 의원 부활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친노 의원은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 발언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성급했다는 말이 파다하다. 지방선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면서 “친노엔 문 의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과 실력을 갖춘 차기 주자들이 많다. 문 의원이 안이한 생각으로 무혈입성하려 한다면 반발이 클 것”이라고 털어놨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