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얼 탈출게임’ 열풍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암호를 해독하라

[일요신문] 도쿄 시내의 모 아파트. 서로를 모르는 10명의 멤버가 한 방에 갇혀 있다. 이들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수께끼 풀이를 통해 방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열쇠’를 찾아야만 한다. 제한 시간은 단 1시간. 감옥 같은 방에서 탈출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가고, 잠시도 숨 돌릴 틈 없는 스릴감이 그들을 조여 온다.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금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탈출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리얼 탈출게임이란 제한된 시간 내에 수수께끼를 풀고 회장(가상의 밀폐된 공간)을 탈출하는 참가형 이벤트를 말한다. 즉, 미스터리 게임의 무대를 현실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다. 일본을 사로잡은 리얼 탈출게임의 열풍을 따라가 본다.

도쿄돔에서 진행된 리얼 탈출게임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요즘 일본은 ‘리얼 탈출게임’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 기업 스크랩(SCRAP)이 기획 운영하는 리얼 탈출게임은 과거 폐교, 창고, 아파트 등을 활용한 소규모 행사였으나 2013년 젊은 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돔구장에서 대규모 이벤트로 진행되는 등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한해 오프라인 이벤트 참가자만 무려 34만 명에 이른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제한된 시간 내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스릴감. 제트코스터와 같은 물리적인 스릴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마치 실제로 자신이 미스터리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암호를 해독해 탈출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그들, 그러나 평균 탈출 확률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생각보다 게임의 문제 난이도가 높아 혼자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머리를 맞대는 편이 훨씬 빠르다. 따라서 대부분 같이 간 친구 혹은 그 자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랜덤으로 팀을 이루고 게임을 진행한다. 이렇게 팀원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쁨이 리얼 탈출게임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색다른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떤 이는 탈출하는 짜릿함에, 반대로 어떤 이는 빠져나오지 못한 분통함에 다시 리얼 탈출게임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현재 일본 전역에서는 다양한 기획의 탈출게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예 언제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상설 리얼 탈출룸’까지 생겨났다.

일본 방송국 TBS 심야 드라마 ‘리얼 탈출게임 TV’ 속 범인이 문제를 내고 있는 장면(위)과 TV도쿄 드라마 ‘리얼 탈출게임 밀실미소녀’의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유행에 민감한 방송사들도 일찌감치 리얼 탈출게임에 눈독을 들였다.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접목시키면 시청자와 소통하는 이른바 ‘쌍방향 콘텐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 지상파 TBS는 2013년 1월 1일 ‘리얼 탈출게임 TV’라는 심야 드라마를 방영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작중 테러범이 숨겨 놓은 암호를 시청자들이 제한시간 내에 푸는 방식이었다. 시청자는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테러범이 낸 수수께끼에 도전하며, 정답을 맞힌 시청자만이 다음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또 화면에는 현재 몇 명의 시청자가 암호를 풀었는지 실시간 중계됐다.

이날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한 시청자는 31만 명. 뜨거운 반응으로 인해 이후 3탄까지 시리즈로 제작됐다. 그렇다면, 실제 어떤 문제들이 리얼 탈출게임에서 출제될까. 아래 워밍업 문제를 풀고 실전 문제에도 도전해 보자.

실전 문제는 2013년 4월 방영된 드라마 ‘리얼 탈출게임 TV 더 체이스’편에 출제된 문제들이다. 상황은 테러범이 도쿄에 설치한 폭탄을 해제하고, 위기에서 탈출하라는 것. 범인은 아래 문제와 같은 단서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수수께끼 풀이에 참여한 시청자 수는 총 24만 685명. 이 중 <문제1>을 통과한 시청자는 8만 9324명이었고, <문제2>를 맞힌 시청자는 2만 9325명으로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로 진행되었던 <문제3>을 통과한 시청자는 불과 274명으로 최종 탈출확률은 0.1%에 그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e-mail]

탈출확률 0.1% 도전~

<워밍업 문제> 개(犬) → 신(神), 눈(目) → 눈(目), 붉은 럼주 → ?

<워밍업 문제 해설> 위 단어들의 배열 공식은 영어로 바꾼 후 거꾸로 읽은 말이라는 것. 가령 개는 DOG이고, 거꾸로 읽으면 GOD. 즉 신이 된다. 눈은 EYE이므로 거꾸로도 EYE(눈), 붉은 럼주는 영어로 바꾸면 RED RUM. 그리고 이를 다시 거꾸로 읽으면 MURDER(살인)이라는 단어가 유출된다. 이로써 정답은 ‘살인’이다.

<실전 문제 1> 폭탄 해제 암호코드는?

다음 공식을 읽고 물음표에 들어 갈 값을 찾아라.

<문제1 해설> 문제지를 180도 회전시켜 위아래가 바뀐 채로 읽으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오른쪽만 읽어 보자.

0054+0031

03+01

67+06

수식을 계산하면

67+06=73

03+01=04

0054+0031=0085

따라서 암호코드는 ‘0085’

<실전 문제 2> 폭탄의 위치는 어디인가?

다음은 또 다른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범인 대사 : “폭탄은 왼쪽에 있다는 걸 명심해”)

<문제2 해설> 일단 X의 값을 구해보자.

X=8829+100

X=8929

X의 값을 원래 식에 대입

100-8929=-8829

범인의 대사 “폭탄은 왼쪽에 있다는 걸 명심해”에 주목해서 보면 100-8929

어라? 낯익은 형태의 일곱 자리 숫자다. 바로 일본의 우편번호. 검색하면 경시청의 우편번호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폭탄이 설치된 장소는 경시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