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우선 필요한 것은 정부, 기업, 대학 및 연구소가 연구개발투자를 집중하여 첨단기술과 신산업 발전에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미래산업 발전의 주체로 만드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전제조건으로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를 과감하게 실시하여 부당하도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기업집단 신규순환출자 금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 기존 순환출자구조의 해소, 정부의 과감한 기업규제 완화, 전문기술 및 인력공급, 조세혜택과 금융지원 등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
경제민주화의 근본 목표는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살리기이다.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하여 미래 산업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후 갖가지 경기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이 수순이다.
우리 경제의 퀀텀점프를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공동체의식이다. 지난해 우리사회는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보였다. 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대선불복 논란까지 유발하는 혼란을 낳았다. 여당은 대통령이 강조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 갇혀 총체적인 무력감을 보였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했던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보이지 않자 정치는 실종되고 국정운영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경제발전의 최대 동력은 사회통합에서 나온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희망을 갖고 팔을 걷고 일어서면 위기는 거품처럼 사라지고 기회가 찾아온다.
과거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할 때 가난을 극복하려는 절박한 소망이 사회통합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면 된다는 신념이 온 국민을 일터로 가게 만들어 황무지의 기적을 낳았다. 그러나 어느새 위기의식은 사라지고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수렁에 빠졌다.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가난의 압박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통합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1년을 우리 사회는 내부갈등으로 허송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등 강대국에 어부지리를 주고 스스로 무너진다. 새해를 정치권은 무조건 휴전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생산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과 소통을 하며 정책을 수립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국민은 갈등을 멈추고 경제와 사회발전에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 선진국 도약의 힘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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