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최고의 스타인 심은하가 지난 2000년 은퇴 선언 이후 무려 14년여 만에 연예계로 돌아온다. 톱배우였던 그이지만 컴백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라디오를 통해 이뤄진다. 라디오 DJ는 아니고 3~5분짜리 짧은 칼럼 코너를 맡았다.
심은하의 컴백작은 선교방송인 극동방송 라디오(FM 106.9MHz)의 신규 프로그램인 <심은하와 차 한잔을>이다. 매일 오후 1시 45분부터 3~5분가량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심은하는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심은하의 이번 프로그램 출연은 본격적인 연예계 복귀가 아닌 종교적인 목적으로 풀이된다. 심은하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90년대 중반 기독교로 개종했고 당시 살던 집 부근인 양재동 소재의 한 교회를 다녔다. 은퇴를 선언한 뒤 한동안 취재진이 교회로 몰려들면서 심은하는 정상적인 주일 예배 참석이 곤란해졌지만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조용히 교회를 오갈 수 있었다. 또한 취재진이 없는 수요일 예배와 성경모임 등에 열심히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05년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과 결혼 후에도 신앙생활은 계속됐다. 지 전 대변인 역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기독교 신자다. 결혼식 주례 역시 고 하용조 목사가 맡았다. 결국 이번 심은하의 방송 활동 재개는 연예계 공식 컴백이라기보다는 종교 활동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이런 까닭에 심은하가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연기 생활을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직까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심은하의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은 오히려 정치권에서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남편 지 전 대변인의 행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 전 대변인은 정진석 전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을 맡으며 공석이 된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에 공모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경쟁상대는 나경원 전 의원이다. 본래 새누리당은 지난 연말까지 중구 당협위원장 임명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비주류의 후원을 등에 업은 나 전 의원이 중구 당협위원장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지 전 대변인을 밀면서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주류와 비주류가 당협위원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자리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7~8월로 예상되고 있는 전당대회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 선거권을 갖는 대의원을 지명하는 데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권을 갖는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 대의원 확보에 나선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자기 측 인사를 당협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당협위원장이 될 경우 재·보궐 선거와 총선에서 스스로 공천 영순위가 되는 자격까지 갖게 된다. 지 전 대변인이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이 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서울 중구 후보로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심은하의 활동 재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지 전 대변인은 심은하의 남편으로 유명하지만 심은하가 남편의 정치 활동에 개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지 전 대변인이 자유선진당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심은하는 선거 당일 부부가 나란히 선거에 임하는 모습만 공개했을 뿐 선거 운동에 전혀 나서진 않았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부인 배우 최명길 등 다른 정치인 아내 연예인들이 선거 운동에 발 벗고 나서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최명길 등이 현직 연예인인 것과 달리 심은하는 이미 은퇴를 선언해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심은하는 다시 연예인으로 돌아왔다. 다시 배우 활동 등 왕성한 연예계 활동까지 재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데일리 방송에 출연하게 되는 만큼 심은하는 14년여 만에 은퇴를 번복한 상황이 됐다. 이는 곧 심은하가 연예인 신분으로 돌아와 지 전 대변인의 정치 행보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심은하는 이미 이런 변화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심은하는 지난 2011년 11월 지 전 대변인의 저서 <굿소사이어티> 북파티에 참석했다. 남편의 공식 활동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심은하는 객석을 지키다 마이크를 건네받고 남편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심은하의 기존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향후에는 지 전 대변인의 정치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되기도 했다.
만약 지 전 대변인이 중구 당협위원장이 될 경우 심은하는 6월 지방 선거부터 움직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운동의 전면에 나서진 않더라도 서울 중구 등에서 한정적으로라도 선거 운동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 게다가 차기 총선에 지 전 대변인이 출마할 경우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
지 전 대변인과 나 전 의원이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두고 겨루고 있는 상황에서 심은하의 연예계 컴백은 결국 지 전 대변인에게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중구 당협위원장 임명이 미뤄지는 동안 정치권에서 심은하가 뭔가 움직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돌았던 것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심은하는 결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예계로 복귀했다. 연예계 핫 이슈인 심은하의 연예계 복귀가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