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블랙홀? 민주당은 늴리리야”
민주당에서는 전병헌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지난 9일 그는 고위정책·정치개혁특위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대통령 중임제를 약속했다”며 “국회의 개헌 논의를 차단시킬 것이 아니라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일 전병헌 원내대표와 면담을 가진 강창희 국회의장은 “임기 내 이상적인 개헌안을 하나쯤 만들어 개헌특위가 참고했으면 좋겠다”며 정치권 개헌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여야 국회의원 121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 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에서는 1월 중 의원들에게 개헌에 관한 서명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철저히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개헌 발언이 있던 지난 9일 최경환 원내대표는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정 우선순위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라며 “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60%가 ‘올해 개헌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개헌보다 훨씬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무성 의원 역시 “지금은 개헌이 아니라 경제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뜻을 보탰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정치권 개헌 움직임에 관해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은 민주당과 새누리당 비주류, 거기다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개헌 목소리가 커질 경우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은 개헌을 임기 2년차 주요 이슈로 부상시킬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1년차인 지난해 국정원 개혁 이슈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면 올해는 개헌론으로 청와대와 여당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이런 점을 부각시키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라며 “개헌 자체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야권에게는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계완 매일P&I 대표는 “현재 제왕적인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고 나눠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 개헌 프레임에 빠지면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끈질기게 요구해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개헌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술적으로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개헌모임 의원들로도 관련법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실제 가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현재 여당 다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합세하지 않는 한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렵다.
앞서의 윤희웅 센터장 역시 “적어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실질적인 논의가 착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야권이 크게 승리할 경우 이후 개헌에 관한 추진력이 확보될 수 있고 새누리당 안에서도 개헌을 요구하는 비주류의 입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전계완 대표는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라며 “개헌은 여야를 넘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일인데 야당발 개헌 요구는 자칫 개헌 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없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