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12년 5월, 이장석 대표는 대한상사중재원에 ‘홍성은 회장이 히어로즈의 주주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
3. 2012년 6월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이런 사항이 올라와 있었다.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이 2012년 4월 13일 올린 히어로즈 감사보고서 단기차입금 현황에서 홍 회장으로부터 20억 원을 차입했다고 기재했고, 히어로즈 구단주 이장석 대표이사에 대한 차입금 중 20억 원이 홍 회장 차입분으로 변경됐다는 주석을 달았다. 회사와의 관계 항목에 홍 회장을 '이사 및 주주'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6월 18일 정정공시를 통해 홍성은 회장이 회사와 관계사항이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히어로즈 구단이 홍 회장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주주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중재 신청을 제기한 후 벌어진 일들이었다.
4. 그 해 12월 18일,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는 “히어로즈 구단이 신청한 홍 회장의 주주 지위 부인 신청을 ‘각하’하고 신청인(히어로즈)은 피 신청인(홍성은)에게 신청인 발행의 액면금 5000원인 기명식 보통주 16만4000주(히어로즈 구단이 발행한 41만 주의 40%)를 양도하라”고 판정했다.
4. 히어로즈가 중재판정을 완강히 거부하며 40%의 지분 양도 집행을 이행하지 않자, 이번엔 홍 회장이 히어로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집행판결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홍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어 법원을 통해 중재판정을 강제 집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 히어로즈도 홍 회장을 상대로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다 지난 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넥센의 중재판정 취소청구를 기각하고 재미동포 사업가 홍성은 회장의 집행판결 청구를 인용, 강제집행을 허가했다. 따라서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의 판정대로 히어로즈는 홍 회장에게 히어로즈 발행의 액면금 5000원인 기명식 보통주식 16만4000주와 중재비용 1천2백45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6. 하지만 히어로즈는 15일 판결 직후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이번 내용은 1심 결과일 뿐 결론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항소심도 있고 대법원도 남아 있다”는 말로 항소 의지를 밝혔다.
넥센 이장석 대표(왼쪽)의 주주 지위 부인 소송에 맞서고 있는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이런 가운데 기자는 지난 1월 15일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번 재판과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던 홍 회장은 히어로즈 분쟁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명확한 논조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홍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히어로즈와의 1심 판결이 홍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 소송의 화두는 20억 원의 형태가 투자금이냐 아니면 차입금이냐 하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이미 대한상사중재원과 법원에서도 확인해준 사실이다. 혹시 (기자는)판정문을 제대로 읽어 보셨나? 제대로 읽었다면 차입금과 투자금 논란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아야 할 문제다.”
―이장석 대표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이 대표와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알게 된 사이다. 당시 우리담배가 타이틀 스폰서 권리를 포기하면서 야구단 운영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때 나한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투자제안서를 보내왔다. 이 대표는 30억 원에 10%의 지분을 주겠다고 얘기했지만, 내가 10억에 20%씩, 20억, 즉 40%의 지분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친필사인과 무인이 찍힌 계약서가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이 대표는 그 계약서가 위조됐다며 감정까지 의뢰했다. 나로선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장석 대표측 입장은 그 계약서는 홍 회장이 2부 다 갖고 있고, 본인들한테는 계약서가 없었다고 한다.
“계약서가 누구한테 있고 없고를 떠나 그 계약서에 이 대표가 사인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그 부분을 중재판정과 법원에서 인정을 해준 것이고. 당시 이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절망적일 때 구세주 같은 ‘투자자’가 나타났다고 얘기했었다. 투자자라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야 투자자가 아닌 차입금이었고 말한다. 어이가 없는 얘기다.”
―히어로즈 구단 측은 항소를 준비 중에 있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내가 법원에서 한 얘기가 있다. 200만 불이란 돈이 크면 크고, 적으면 적은 돈이다. 그러나 함께 사업을 하다가 200만 불이 아닌 2000만 불을 날려 돈을 잃었다고 해도 사람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 당시, 매일 자살을 꿈꿀 정도로 어려운 사업 위기에 직면했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때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난 투자의 형식으로 200만 불을 내놓았다. 지금 야구단이 초창기보다 성장 발전했다고 들었다. 난 그 야구단이 탐이 나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아니다. 이 대표가 먼저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나의 주주 지위를 부인하고 나선 게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됐다. 인간적인 실망감을 느낀 나로선 그에 대응을 해나가야 했다.”
―그렇다면 홍 회장이 최대 주주가 된다면 앞으로 히어로즈의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
“뭐가 어떻게 되나? 지금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이번에 분명히 밝히겠다. 난 어떤 지위를 갖고 있어도 야구단 운영에 관심도,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 난 부동자투자가일 뿐이다. 야구도 잘 모른다.”
―항간에는 홍 회장에게 지분이 넘어갈 경우, 야구단이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야구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데, 왜 매각을 하겠나. 혹시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들이나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면 내 진심을 전해 달라. 홍 회장은 야구단에 관심이 없다고. 이번 법정 다툼은 잘못된 걸 바로 잡는 형식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말이다. 만약 내가 야구단 운영에 작은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아는 사람,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을 구단 인사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최종적으로 홍 회장이 40%의 지분을 갖게 된다면, 이장석 대표가 야구단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건가.
“이 대표는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야구단 운영에 뛰어 들었고, 그 노력 덕분에 야구단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노력한 사람을 굳이 배제할 이유가 있겠나. 만약 이 대표가 이런 소송을 시작하지 않고, 먼저 나를 찾아와서 ‘회장님, 지분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으니 제 체면 좀 세워주십시오’라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난 충분히 고려해봤을 것이다. 법에 호소하기 전에 인간적으로 다가왔더라면 받아들였을 것이다. 난 미국 교포사회에서 어렵고 힘들게 사업을 일궜고, 부동산 투자 사업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야구단 운영? 난 최대주주의 자격으로 야구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만을 멀리서 바랄 뿐이다.”
―홍 회장은 통화 말미에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사람은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정의로워야 한다. 그래야 사업가다운 사업가가 된다. 초심과 진정성을 잃는 사람은 결국 주위의 사람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게 되려고 끊임 없이 노력 중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