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압승’ 민주당 ‘수성’ 안철수 ‘돌풍’ 빅뱅
6·4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당은 그 후폭풍으로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열린 여야 대표 4자회담.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자고로 큰 싸움을 앞두고 있다면, 지피지기는 필수다. 지방선거를 앞둔 각 진영이 현재 안고 있는 호재와 악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치컨설턴트 4인 모두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에 후한 점수를 줬다. 먼저 새누리당의 호재라 한다면, 높은 국정지지도와 안철수 신당 등장으로 축약된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높은 국정지지도는 선거판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아무리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전국적 이슈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진영의 합세는 새누리당에게 있어서 큰 호재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안철수 신당의 등장은 곧 야권의 분열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당연히 새누리당에게 있어서 호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악재로는 인물부재,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등이 꼽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새누리당은 고정표가 많은 반면 인물이 없다”며 “비주류인 친이계의 경우 많은 싸움을 통해 단련됐지만, 현재 친박계 인물들은 싸움이란 것을 해본 적도 없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2인자를 만들지 않다보니 인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현재 당에서 정몽준, 김황식, 김문수 등 친이계나 반박계 인물에 구애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에겐 악재가 더 많다는 분석. 그나마 현실적인 호재를 찾는다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현직들이 선거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 김능구 대표는 “지난 선거 당시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은 인물을 만들어 인물 경쟁력 면에서는 어느 정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문제는 ‘안철수’라는 큰 악재가 버티고 있는 것. 아무리 인물이 많더라도 3자 구도로 간다면, 의미가 없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보다는 훨씬 낮은 10%대의 낮은 정당지지도 자체가 현직 프리미엄을 무색케 할 수 있다.
정치컨설턴트 4인 모두 민주당에 대해선 ‘출구가 안보인다’, ‘호재라 할 만한 것들이 사실상 없다’, ‘답이 없다’는 부정적 답을 내놨다.
2. 안철수 신당 파괴력
3월 창당을 공식화한 만큼 안철수 진영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정치컨설턴트들은 아직 창당 전이고 후보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호재와 악재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파급력을 실질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점은 3월 창당 이후, 5월 후보등록 기간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의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로 보고 있다.
이 시점을 염두에 두고 예측한 파급력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다만 안철수 신당이 인물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 대해선 모두 동의했다. 김대진 대표는 “딜레마다. 안철수 신당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들은 옛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다. 이는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 빼오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민사회에서 통하는 새 인물을 공천한다면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재관 대표는 “삼성을 놓고 보자.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는 브랜드 하나면 끝이다. 안철수라는 브랜드면 충분하다”며 “광역 후보 라인업만 제대로 짜여진다면 후폭풍은 반드시 일 것이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3. 승리의 조건
선거라는 것이 무 자르듯 승패를 나눌 수는 없다지만, 각 진영이 생각하는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조건은 분명 있을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4인 역시 각 진영 입장에서 염두에 둬야할 최소한의 승리 조건을 내놨다. 일단 세 진영 모두에게 해당하는 승리의 조건은 ‘서울 쟁취’다. 김능구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라고 평가했다. 이는 서울 정치가 곧 중앙 정치의 절반 이상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각 진영의 차기 대선 향방에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안철수 진영은 6·4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안정적인 대안 정당으로 기반을 잡을 수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 필수 수성지역
각 진영 입장에선 다 얻어도 하나를 잃으면 모두 잃는 것과 같은,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이 존재한다. 새누리당은 ‘부산’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재관 대표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부산이 펑크 나면 치명적이다. 총선에서 몇 석은 줄 수 있어도 지방선거에서 내주면 안방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김능구 대표 역시 부산을 꼽으며 “현재 동남권 신공항 결론이 안 나온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유치도 무산됐다. 여당으로서는 악재”라며 “반면 이 지역은 안철수, 문재인의 고향이다. 현재 안철수 측에서는 오거돈 전 장관의 영입설이 나오는데, 과거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처럼 야권 연대만 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컨설턴트들에 따르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과 호남 수성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텃밭 호남이 핵심. 자칫하면 안철수 진영에 안방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5. 주목해야 할 빅매치
정치컨설턴트 4인이 꼽은 빅매치 지역은 서울을 제외하고 다소 엇갈렸다. 김대진 대표가 꼽은 곳은 여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였다. 예전부터 대구는 당연히 여권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곳이었지만, 최근 야권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를 시사함에 따라 ‘파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 김대진 대표는 “김부겸 전 의원의 석패가 예상되지만, 만약 잡기만 한다면 야권에서 제2의 노무현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관 대표 역시 “김부겸 전 의원이 선거 막판 지지율 40%를 넘는다면 바람이 불 것이다. 여기서 신당 후보와 단일화까지 성공한다면 적의 심장에 펑크를 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은 전북을 꼽았다. 현재 전북에는 송하진 전주시장, 유성엽 의원 등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진영의 후보로 예상되는 강봉균 새정추 공동위원장이 경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안철수 신당 입장에서 DJ의 고향인 전남은 솔직히 어려울지 몰라도 전북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승리했던 것처럼 바람이 통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능구 대표 역시 “전북이 워낙 변화에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탈환이 가능하다. 실제 현재 전북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의 우근민 현 지사, 김우남 민주당 의원, 또 다른 민주당 후보인 고희범 전 한겨레 사장, 안철수 신당의 후보로 거론되는 신구범 전 제주지사 등 혼전 양상을 보이는 제주를 빅매치 지역으로 꼽기도 했다.
6. 선거 후 각 당 지도부 향방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에 따라 각 당 지도부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후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정치컨설턴트들은 승리할 경우, 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고 지도부 역시 자연스레 서청원, 김무성 등 친박계 및 범 친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패할 경우,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진영이 빛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능구 대표는 “새누리당이 진다면 당연히 비주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이는 전당대회까지 이어지며 레임덕 현상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만약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면, 김한길 지도부와 친노 진영 간의 갈등이 적당한 선에서 봉합되며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지기라도 한다면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공통의 분석이다. 특히 4인 모두 민주당의 패배는 곧 김한길 지도부의 해체로 결론지었다.
사실 안철수 진영 입장에선, 그 바람의 세기만큼이나 책임론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안정적인 대안 정당, 더 나아가 수권정당으로서 기반을 잡을 수 있겠지만, 홍형식 소장을 제외한 3인은 패배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능구 대표는 안철수 신당 패배 시 “만약 아무런 성과 없이, 새누리당에 반사이익만 줄 경우 이는 안철수 신당이 독자정당으로서 실제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대진 대표는 더 나아가 “신당의 실험자체가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형식 소장은 “안철수 신당이 진다고 하더라도 큰 데미지는 없을 것”이라며 “선거에 나선 것 자체에 큰 메시지가 있다”고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