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 오거돈 ‘적진’서 일 낼까, 호남 - 민주 텃밭 ‘안풍’에 흔들
<일요신문>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는 지난 1월 15일 수요일, 광주·전북·전남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각 500명과 대구·부산·경남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영·호남 지역 판세를 가늠해보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방법은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오차 범위는 ±4.4%다. 사실상 김관용 경북지사의 3선이 확실시되는 경북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무엇보다 대구의 초점은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총선에 이어 어느 정도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의원은 출마가 유력한 여권의 조원진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응답자의 28.1%의 지지를 얻었다. 조 의원이 기록한 45.8%와는 약 17.7%포인트(p) 차이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26.1%였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14.7%로부터 지지 의사를 받아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의원의 안철수 진영 합류 여부 혹은 안철수 진영에서 후보를 낼 경우, 후보 단일화 여부가 대구시장 선거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산┃3선인 허남식 시장이 물러나는 부산시장 선거도 야권 공세가 격하게 진행될 태세다. 특히 부산은 예전 신민당 시절부터 ‘영남의 야도’라 불릴 정도로 야권의 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일단 여권에선 친박 실세인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과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서 의원은 22.8%를 기록해 12.7%의 박 의원을 앞섰다. 다만 ‘잘 모르겠다’고 답한 유보층이 64.5%나 됐다.
박민식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경우, 오 전 장관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졌다. 오 전 장관은 박 의원, 김 전 의원과의 3파전 가상대결에선 33.8%를 기록했다. 35.8%를 기록한 박 의원과는 오차범위 내인 2%p차에 불과했다. 부산 역시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남┃경남지사 선거는 한마디로 현직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을지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홍 지사는 당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3%를 기록, 15.4%의 지지를 받은 박완수 창원시장과 10.4%의 안상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압도했다.
이는 야권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마찬가지. 홍 지사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의 가상대결에서 68.8%를 기록해 16.2%의 지지도에 그친 김 본부장을 트리플스코어로 앞섰다. 홍 지사는 또 다른 야권주자인 공민배 전 남해대학 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도 66.8%를 기록했다. 공 전 총장의 지지도는 불과 11.8%. 홍 지사의 재선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의 몫인 셈이다.
광주┃야권의 오랜 텃밭인 호남 역시 변화 기미가 확연하다. 오히려 영남보다 더하다. 이는 신당 창당 절차를 밟고 있는 안철수 진영의 강세로 풀이된다. 일단 재선에 도전하는 강운태 광주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강 시장 재출마시 ‘지지하겠다’고 답한 이는 31.8%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4.6%나 됐다. 이러한 경향은 당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광주시장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과의 적합도 조사에서 강 시장은 26%의 적합도를 기록해 34.6%의 지지를 받은 이 의원에 뒤졌다.
전북┃이미 지난 3일 현직인 김완주 전북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전북과 3선에서 물러나는 박준영 지사의 전남 등 무주공산이 된 다른 지역들도 안철수 진영의 강세는 마찬가지다. 이번 조사결과 가상대결에서 전북지사 선거에 안철수 진영이 강봉균 새정추 공동위원장을 내보낼 경우 민주당의 송하진 전주시장, 유성엽 의원을 각각 45.1% 대 34.7%, 46.4% 대 33.2%로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나마 민주당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동영 전 의원이 전북지사 가상대결에서 43.4%의 지지도를 기록해 42.7%의 강 위원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전남┃호남지역 중에서도 야권의 세가 가장 강한 전남지사 선거는 당내 경합부터 치열하다. 일찌감치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물론, 차기 당권과 전남지사 자리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 세 의원은 이번 당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빙 양상을 보였다. 출마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박지원 의원이 25.6%를 기록해 가장 높은 적합도를 나타냈으며, 그 뒤를 22.5%를 기록한 이낙연 의원과 21%를 기록한 주승용 의원이 이었다.
안철수 진영의 김효석 새정추 공동위원장이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앞선 민주당 의원 세 명과의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빙 양상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낙연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42.2%를 기록해 37.7%의 이 의원을 따돌렸으며, 주승용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도 40.6%로 39.6%에 그친 주 의원에 앞섰다. 다만 박지원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선 40.7%의 지지도를 기록해 41.5%의 지지도를 나타낸 박 의원보다 뒤졌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