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장하성 불화설 나도는 까닭

‘서울시장 출마’ 놓고 둘 사이 이상기류

[일요신문] 신당 창당을 앞두고 있는 안철수 의원 진영에 권력구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안 의원이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인물을 권력핵심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진 것. 안 의원 주변에서는 그 문제의 주인공이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직을 맡고 있는 장하성 교수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장 교수는 안 의원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직을 권유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장 교수 측이 부인함으로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들 사이에선 “(서울시장 출마설이) 장 교수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 아니냐. 최근 자신의 입지가 줄어든 장 교수 측이 ‘자가발전’한 것 같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런 의혹은 더 나아가 안 의원 세력의 ‘넘버2’로 알려졌던 장하성 교수가 권력 핵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에선 장하성 교수(맨 오른쪽)가 서울시장 후보를 권유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 자연스레 장 교수에 대한 안 의원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하성 교수가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서울시장직을 제안 받은 과정은 현재 안 의원의 최측근이자 인재영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새정추 조직1·2팀장도 몰랐던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친위대’로 불리는 핵심 최측근들도 몰랐을 정도로 그만큼 극비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독자적인 행보에서 진행된 ‘서울시장직 권유’ 과정이 안 의원의 입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왔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상황. 때문에 안 의원의 최측근들로부터 “장 교수 측에서 정보가 샌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안 의원이 이미 오래 전 장 교수에게 광주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장 교수가 거절한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 제안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기도지사 후보를 제안했는데 서울시장 후보로 또 제안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최측근은 “최근 안 의원 진영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버리는 카드’라는 말도 돌지만 그래도 서울시장 후보 타이틀이라는 게 자기 이름을 제대로 띄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두 다 탐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직접 후보로 뛰기엔 정치적인 출혈이 크니까 거절은 하면서도…. 박원순 시장을 상대하기가 만만찮을 것이고 박 시장을 떨궈 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봐라.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내하나. 그래서 후보직 제안을 받았다는 것만 알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적) 이득만 취했던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장하성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권유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자연스레 장 교수에 대한 안 의원의 신뢰에 급격히 금이 갔다는 것이다. 새정추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 입장에선 본인이 은밀히 서울시장 후보직을 제안했는데 바로 그것이 곧바로 기사화 되자 장 교수 측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을 거다. 참고로 안 의원은 보안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스타일이다”라면서 “장 교수에 대한 신뢰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장 교수 측이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정책보다는 정치 조직화를 목적으로 한 인재영입의 통로로 사용하면서부터 안 의원 나름대로 대안 마련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 의원 진영의 권력 축이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새정치추진위원회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된 사실도 장 교수가 이른바 ‘보스그룹’에서 제외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안철수 진영의 정치조직화 작업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새정추’로 이전됐다.

이와 관련,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 교수는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유형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동안 장 교수가 ‘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안 의원과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설립 초반에 장 교수가 부하 직원에게 ‘안 의원 오라고 해’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이 안 의원을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 교수가 안 의원을 너무 얕본 것 같다”며 구체적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일’은 출범 초기에 사실상 장 교수의 사조직이었다. ‘내일’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전권도 장 교수에게 있었지만 새정추가 설립되면서 자연스레 좌초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 의원의 한 최측근은 “최근 안 의원이 ‘내일’은 연구에만 매진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정치조직화 작업은 모두 새정추로 이전됐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장 교수가 내일의 하부조직을 꾸리면서 훗날 정당조직화 작업에 기여하려고 했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차라리 지금 최장집 교수가 ‘내일’에 왔으면 마음 놓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시기를 잘못 탄 것 같다. 여하튼 (장 교수가) 인재영입 과정에서도 일정부분 배제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내일’은 연구에만 매진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내일에 소속된 학자들은 본연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웃고 있는 학자들 뒤에 ‘뒷방 신세’가 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 교수 측은 어떤 심정일까. 익명을 요구한 장 교수 측 한 관계자는 “장 교수가 안 의원을 돕고자 ‘내일’을 통해 정책과 정치조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 것일 뿐인데 이를 두고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장 교수가 정치조직화에서 배제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 둘 사이에 금이 갔다는 것도 지나친 억측이다. 안 의원이 새정추 일에 바쁘고 장 교수는 정책 연구 일에 매진하여 각자의 분야가 달라진 것일 뿐”이라며 “장 교수는 언제든지 인재 영입 등 여러 분야에서 안 의원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