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블루’ 과천벌 새로운 대세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540kg대의 거구의 마체에 빠른 발을 타고 났기 때문에 모래 맞는 데 적응하고 따라가는 전개에도 익숙해진다면 명마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승레이디(부경)=당일 인기 1위마로 팔렸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마필이긴 하지만 악조건을 뚫고 여유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싶다.
이 경주는 레이스 초중반이 너무 느리게 전개돼 앞선에서 뛰는 말들이 힘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후미권에 있는 추입마가 앞선 마필을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우승레이디는 맨 후미에서 서서히 거리를 좁힌 뒤 결승선에선 총알 같은 스피드로 선행, 선입, 중위권 마필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3F타임은 35.9초, 2F타임은 23.8, LF타임은 12.2초였다. 순간 폭발력에선 이틀간 출전한 경주마를 통틀어도 최상급에 속할 만큼 뛰어난 것이었다.
#슈퍼강자(부경)=이 말은 다음 경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변마를 찾아내는 요령을 이야기하고 싶어 골랐다.
슈퍼강자는 1400미터까지는 원래 잘 뛰던 막강한 선행마였다. 하지만 장거리에 출전해 부중까지 늘면서 고전했고 급기야 능력부진까지 당했다. 휴양 후 주행재검을 받은 뒤 직전 경주에선 예전에 잘 뛰던 1400미터 경주에 출전해 적응기를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1400미터에 다시 출전했고, 선행까지 가능한 편성이었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상태도 양호했다. 당연히 베팅찬스였지만 최근에 너무도 부진했기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가운데 선행을 나선 뒤 2위 버티기에 성공했다. 경마는 기억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이변마였다.
#파인파인(부경)=이 말도 휴양을 한 후에 주행검사를 다시 받고 나온 말이었다. 경주 출전 전에 무려 30여 일간 새벽훈련을 하면서 경주력을 끌어올렸다. 마필 컨디션도 거의 최상에 가깝게 올라와 필자는 이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액 베팅을 했다. 경주 내용을 보면 다음 경주에선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마필로 분석된다. 우선 출발부터 제어하면서 후미로 처졌고 시종 말을 놓아주지 않은 상태에서 4코너까지 왔고 직선주로에서만 맹렬히 추진을 했다. 초반에 너무 벌어진 거리차이 때문에 6위에 그쳤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원래 이 말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만큼 심하게 끄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그런 점 때문에 휴양 복귀전인 이번 경주에서 처음부터 제어하면서 따라간 뒤 막판에 힘을 몰아서 쓰는 작전을 편 것이 아닌가 싶다. 말이 중간에 거부하는 몸짓을 몇 번 하긴 했지만 적응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음 경주에 기대를 걸고 싶다.
#스페셜조이(서울)=경주 당일 12마리의 출전마 중에서 인기 9위를 기록했던 말이다. 전문가들이 주행검사 때의 모습을 보고 즉시전력감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 우선 출발이 둔했고 이후 밀고 따라왔지만 스피드가 안나와 막판엔 채찍까지 가해 별 특징없이 합격했다.
실전에서도 그러한 분석이 맞는 듯했다. 순발력이 부족해 후미로 처져 입상이 멀어지는가 싶었고 결승선이 다가왔는데도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지막 200미터에서 탄력이 폭발하면서 앞선을 따라잡고 2위를 차지했다. LF타임은 12.2초. 탄력이 너무 늦게 터지는 갑갑한 스타일이지만 혈통적으로도 거리가 늘수록 유리할 것을 분석된다. 중장거리(1600~2400미터)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키텐스조이(Kitten’S Joy)의 자마다.
#컨셉리처블(서울)=1400미터 경주에서 우승해 이번에 1군으로 승군했다. 지구력과 막판 대시로 입상하는 추입형 마필이라 비교적 단거리에 속하는 1400미터에선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동안 고전했던 마필이지만 최근 감각을 회복한 이후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단거리에서마저 우승할 정도로 스피드가 좋아졌으며, 혈통상으로는 장거리에서 더 잘 뛸 가능성이 높아 1군 무대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부가 2400미터까지 ‘줄 우승’을 차지했던 마닐라(Manila)다.
#플리트보이(서울)=경마의 무서움을 알려주기 위해서 선정한 마필이다. 이 말은 단거리 대상경주에서 ‘지금이순간’을 따돌리고 우승했을 만큼 빼어난 스피드를 갖추고 있지만 중장거리에선 고전해왔다. 딱 한번 오경환 선수가 철저히 제어하면서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달린 끝에 이변을 터트렸을 뿐 이후는 또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 1800미터 경주에서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터트렸다. 뛰어난 스피드를 발휘하지 않고 경주를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철저히 페이스를 지킬 때 간혹 한 번씩 능력을 발휘하는 이런 마필은 정말 맞추기 힘든 것이다. 이런 말만 나오면 이변을 노리고 베팅하는 경마팬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이런 말이 입상하면 대부분의 마권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뿐이다.
#인디언블루(서울)=그랑프리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던 마필. 터프윈이 몰락하고 스마티문학이 아직 과거의 경주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천에선 실질적인 ‘톱’이라 할 만큼 최근 상승세가 돋보인다. 이번엔 단거리의 제왕 와츠빌리지마저 1400미터에서 맞붙어 이겼다. 와츠빌리지가 누구인가. 한·일 교류전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자타공인 최고의 스프린터가 아닌가. 부담중량에서 3kg 덜 달긴 했지만 단거리 경주에서 편하게 선행을 나선 와츠빌리지를 후미에서 외곽 추입으로 이겼다는 건 부담중량의 이점이 아닌 경주능력의 차이로 봐줘도 무방하지 않을까.
국산마 판도에선 조이럭키가 최강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외산마에선 인디언블루가 서울에선 최강마로 떠오른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디언블루의 다음 경주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