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는 죽지 않는다…다만 따로 뛸 뿐”
노무현재단 이병완 이사장이 광주광역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경남도지사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문제는 이병완 이사장이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 출마 방침을 세워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에 관해서 이 이사장은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으켰던 ‘노풍’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호남에서 안철수 의원 측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민주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친노 세력이 지금 호남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바라는 것이 확실한가”라고 반문하며 “문성근 전 대표(대행)나 명계남 씨의 탈당을 보라. 김한길 지도부가 결성됐을 때 안에서는 친노 인사들과 같이 갈 수 있을지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큰 선거를 앞둔 지금도 회의론이 팽배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병완 이사장 외에도 참여정부 인사들이 속속 선거 채비에 나섰지만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15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원혜영·김진표 의원에 뒤처져 경선 통과 전망이 밝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경남도지사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실시한 <일요신문>-조원씨앤아이 공동여론조사, 경남지사 가상대결에서 김 본부장은 16.2%의 지지를 얻어 홍 지사지지율 68.8%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등 존재감이 미미하다.
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는 “친노가 계파로서 뭉쳐져 있는 개념도 아닌데 개개인 출마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면서도 “당내에서 친노 인사들이 설 곳이 솔직히 마땅치 않다. 지난 대선 때를 생각하면 당 바깥의 친노 인사들이 선거전을 좌지우지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많이 불편해했다. 재선·3선 의원이 유세차량 한번 오르지 못하고 번번이 되돌아갔다. 이들이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떤 다짐을 했을지 자명하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사실 친노와 비노라는 이분법은 민주당 갈등을 해석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이 때문인지 지난 대선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나는 친노의 대표가 아니다”, “친노는 계파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번번이 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앞서의 참여정부 인사는 “야권 정치인이라면 대부분 친노 성향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친노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지금 당내에서 지도부에 반하는 세력이라면 일단 친노로 낙인 찍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대놓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친노 세력이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안철수 신당과의 야권연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안철수 의원 측이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친노강경파 세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서의 민주당 당직자는 “지난 대선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실패한 단일화였다”며 “안철수 신당 입장에서 그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한 정치컨설턴트는 “지금 야권에서 친노가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야권의 외연 확장에는 별다른 관심 없이 말만 많은 세력이 친노라는 것”이라며 “바보주막을 보라. 매번 똑같은 사람들끼리 만나 막걸리나 돌리면서 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런 모습을 일반인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은 언론 대응 실패와 더불어 민주당이 ‘어게인 2002’를 외친 것 이외의 독자적인 콘셉트나 전략이 없었던 점”이라고 꼬집으며 “친노가 실제 존재하는지는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알 것이다. 야권이 패배한 이후 비노계인 김한길 지도부를 끌어내리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친노는 엄연한 정치 세력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