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꼬리표 부담? 오히려 자랑스럽다”
“몇몇 언론에서는 3파전 혼전 양상으로 보기도 한다. 인지도에 비하면 과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재수·삼수 했다고 반드시 공부 잘 하는 게 아니다. 박원순 시장이나 김상곤 교육감을 보면 정치 신인임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민주당 경선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 같다. 조기 경선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민주당은 정치적 상상력이 고갈된 상태다. 혁신을 전제하지 않은 경선은 필패를 부르고 만다.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배제한 조기 경선은 날림이 될 수밖에 없다.”
―현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중심 체제에 무게를 둔다.
“알량한 야권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지금 당을 외면하고 있다. 소수 당원만으로 당을 운영하며 바깥의 광범위한 지지층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김문수 경기지사 8년 도정은 어떻게 평가하겠나.
“개인적으로 김 지사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러나 엄정히 평가하자면 김 지사는 토목경제시대의 막내였다는 생각이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같은 것도 부동산 개발에 목멘 과거 광역단체장 과오를 그대로 이어받은 사업이다. 민주당 안에도 토목경제에 의지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경기도는 이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얼마 전 경기도 전역에 프리 와이파이존(Wi-Fi Zone)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프리 와이파이존을 구축하게 되면 통신비가 30% 이상 절감될 것이다. 또 자유로운 망을 통해 정보가 모이고 문화가 모이고 사람이 모일 것이다. 정보의 격차는 곧 빈부의 격차를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평균 5개의 와이파이존이 있는데 경기도는 3.5개로 정보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상의료 공약도 최종 다듬고 있다.”
―무상의료라니, 어떤 개념인가.
“국내 의료는 이미 상당 부분 보험이 커버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가 아프면 가족들의 고통, 특히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 같다. 김 위원장 하면 참여정부 인사라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친노 꼬리표가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감은 없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제가 청년 박사 시절 김대중 대통령과 공부를 했었다. 당시 김 대통령이 새로운 지적 자원을 공급받고 싶어 해 기꺼이 도왔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또 일면식도 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 제의를 받아 국정홍보처장으로 일했다. 두 대통령과 일한 경험은 영광이었다.”
―친노란 무엇인가.
“지금 언론에서 만든 친노 프레임은 일종의 범주 착오를 범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 안에 친노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대신 김대중․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려는 시민적 정치 세력이 존재할 뿐이다. 이들이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지방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친노냐 반노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가 새로운 의제를 던질 것이냐, 누가 혁신해서 국민의 마음을 돌릴 것이냐의 문제다.”
―범주 착오라지만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 광주시장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분열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문재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문 의원이 했던 이야기가 ‘바로 우리 마음속의 그런 갈등을 우려하는 것부터 불식하자’는 것이었다. 친노냐 반노냐 하는 이분법적 생각을 우리부터 없애자는 이야기다. 지금 민주당이 중도론을 우상화하며 당을 이끌고 있는데 실제로 중도는 없다. 허상이다. 부정선거, 경제민주화, 서민복지에 무슨 중도가 있나. 허상을 붙들고 선거 전략을 짠다면 필패한다. 때문에 당내 개혁 세력을 복원해야하는 것이다.”
―개혁 아젠다는 안철수 의원에게 많이 빼앗겼다.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당이 혁신하지 않고 안철수 의원에 굴복을 요구하거나 연대를 제의하는 것은 안 된다. 안철수 신당의 높은 지지율의 핵심은 민주당에 대한 채찍을 든 것이다. 민주당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퇴행을 막아내지 못한데 책임을 물으며 가상 정당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혁신을 전제하지 않은 어떤 연대도 성공할 수 없다.”
―민주당이 혁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아 보인다.
“꼭 그렇지는 않다. 광역단체장만 하더라도 충남 안희정, 서울 박원순, 인천 송영길, 강원 최문순 등이 잘해내고 있다. 그 중앙에 경기도가 있다. 경기도에서 누구를 뽑아야 수도권 혁신벨트를 구성할 수 있느냐, 지금 당원들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낡은 후보를 내세워서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때 정권심판을 외치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 성격이 있다. 특히 지난 대선의 리턴 매치가 될 것이다. 그때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안철수로 지지가 나뉘지 않았나. 그렇다면 어떤 후보가 정권 심판을 확실히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혁적이지 않은 후보를 무난하게 공천하면 무난히 지는 선거가 되고 만다.”
―참여정부 당시 국정홍보처장으로 일했다. 현 정권 소통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겠나.
“참여정부에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유통에 특별히 신경을 기울였다. 어떤 것도 감추지 말라는 것이 노 대통령의 원칙이었다. 윤여준 전 장관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정권은 헌법 1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공화국에 대한 이해만 있고 민주적 절차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없는 것 같다’고. 이 정권은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국가를 운영한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인치로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70년대 한국사회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통에 대한 지적 역시 그 부산물이라고 본다.”
―원외 정치인은 아무래도 당내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혹시 안철수 신당행에 뜻은 없나.
“제가 윤여준 전 장관을 참 존경한다. 얼마 전 출판기념회 때 초대하니 윤 전 장관이 괜히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우려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남이 오해하든 무슨 상관이냐, 서로 당당해지자’고 했다. 저는 민주당에서 또 장관님은 안철수 신당에서 서로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연대할 것은 하자고. 지금 내 역할은 바깥이 아닌 민주당 안에서 새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누구는 ‘친노는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구는 ‘나는 자랑스러운 친노’라고 말한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친노의 미래는 무엇인가.
“앞서도 언급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에 공감하는 광범위한 시민 정치 세력은 분명 존재한다. 이들을 친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친노의 지지를 과점하고 있는 정치인이 바로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다. 한 분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데, 또 한 분인 당내 혁신 과제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에 의지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민주당내 친노가 그 대안을 밝힐 때가 됐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