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자는 환자에 ‘주먹질’ 극약 처방
영주의 한 정신병원 직원이 환자를 무차별 폭행해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윤성 기자
영주경찰서 임종태 강력1팀장은 “신고를 받고 현장(영주의 한 정신병원)에 출동하니 병원에서 사용하는 밥상이 부서져 두 동강 나있는 상태였다”며 “전 씨가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자 이를 제지하는 직원으로부터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 씨가 해당 정신병원으로 옮겨온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전 씨는 어렸을 적부터 앓고 있던 정신분열증으로 10여 년 이상 대전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던 중 전 씨는 병원의 내부공사 문제로 영주의 정신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전 씨의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온 5일 안동병원에서 만난 전 씨의 매형 김 아무개 씨(43)는 “병원을 옮길 당시 장모님이 처남을 만나고 왔는데 당시 유쾌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도 않았다. 그 직원이 어떤 이유로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전 씨가 정신병원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지난 2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당시 병원에는 170명의 환자가 3층과 4층, 2개 층에 입원해 있었다. 2일 새벽, 4층에 입원 중이던 전 씨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복도를 배회했다. 그러다 전 씨는 병원에서 보호사로 일하고 있던 권 아무개 씨(22)의 눈에 들어왔다.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 구윤성 기자
당시 4층에 상주하던 또 다른 직원이 권 씨를 말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권 씨를 말리던 직원이 3층으로 내려가 또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도 권 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결국 전 씨는 의식을 잃었고 인근의 큰 병원인 안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튿날인 4일 새벽 5시 41분께 사망했다.
영주경찰서 임종태 강력1팀장은 “전 씨의 부검은 대전에서 이루어졌다. 국과수 부검결과에 따르면 머리 쪽에 큰 상처가 2곳이 있었다. 결정적인 사인은 외상성 지주막하출혈(내출혈)이다”라며 “처음에는 결박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부검결과 결박된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씨의 사망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영주에 위치한 해당 정신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은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실랑이 끝에 마주한 병원 관계자는 “과거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둔기’와 ‘결박’ 같은 부분은 언론에 잘못 알려진 측면도 있다. 언론에 해명을 하면 할수록 논란이 확대 재생산돼 우리도 대응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경찰수사에 협조를 했고 유족과 협의 중이다.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 경찰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주경찰서는 병원의 CCTV 일부가 2012년 이후 녹화가 되지 않거나 고장 난 관계로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영주경찰서 임종태 강력1팀장은 “권 씨가 병원에서 음주를 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라며 “해당 병원에 유사 피해사례가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인권사각지대로 지적되어 온 정신병원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정신병원 직원의 가혹행위와 인권위 진정방해’와 관련한 결정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손발이 묶인 채 소리를 지르자 정신병원 소속 안전요원이 침대 시트를 환자의 입 안에 집어넣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인권위는 해당병원에 진정함 표준서식을 비치하기도 했다.
영주=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