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1000명, 수개월째 ‘대기중’
경찰 채용 인원은 급증했는데 교육·수용 시설이 따라가지 못해 합격자 1000명이 하염없이 대기상태로 놓여있다. 사진은 중앙경찰학교 졸업생들의 임용선서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공약은 곧바로 진행됐다. 정부는 2013년 하반기 순경 채용에서 ‘4262명’을 뽑았다. 2012년 전체 순경 채용 인원이 2130명인 점을 감안하면 2배가 늘어날 정도로 파격적인 채용을 단행한 것이다. 4000명이 넘는 채용 인원은 연간 경찰관 채용 통계가 남아있는 첫 해인 198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상 ‘역대 최다’인 셈이다.
대규모로 늘어난 인원에 경찰 시험 지원자들과 합격생들은 환호를 질렀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경찰 시험 합격생들이 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에서 합격생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경찰 시험 합격생들은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약 8개월간 경찰 교육을 받고 순경으로 임용된다.
중앙경찰학교의 숙소는 ‘3000명’ 가량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지난해 상반기에 뽑은 4000여 명의 경찰 시험 합격자들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중앙경찰학교는 급한 대로 3000여 명의 합격자를 지난해 12월 우선 입교시키고 나머지 1000여 명은 일단 대기시키기에 이른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성적순으로 배열을 해 먼저 입교를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기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시험을 함께 합격한 동기들 사이에서도 누구는 빠르게 교육을 받는 반면, 누구는 하염없이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 교육을 늦게 받다보면 결국 임용도 늦게 돼 승진과 퇴직금 산정에서 불이익을 볼 수도 있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입교 대기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교를 못하고 대기를 하고 있으니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하루 빨리 입교 하기만을 고대할 뿐”이라고 전했다.
대기자 신분이다 보니 행동에도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품위유지나 개인 신상 관리 등 결격 사유가 생기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입교 대기자는 “아무래도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합격이 취소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않느냐”며 “임용될 때까지 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귀띔했다.
대기자들이 1000여 명에 이르자 경찰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예산이 반영되고 인프라가 갖춰졌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순서가 좀 바뀐 측면이 있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내세운 것이기에 맞출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듯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찰 증원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늘린 1031억 원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찰 증원 예산은 71억 원에 불과했다.
한편 중앙경찰학교는 현재 교내에 있는 생활관 옆에 또 다른 생활관을 건축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건축하고 있는 생활관은 34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5월쯤에 완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1000여 명의 대기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중앙경찰학교 측에 따르면 대기 중인 1000여 명은 생활관이 완공되고 난 뒤 오는 6월에 중앙경찰학교에 입교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 대기자들이 입교를 완료하더라도 올해 상반기에 또 신입 순경 ‘3500명’을 뽑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생활관이 꽉 차더라도 또 다시 1000여 명이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 하반기 합쳐 경찰 인력을 ‘7000여 명’을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초반 단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경찰관을 2만 명을 증원하는 것이 목표고 향후 인프라나 다른 방안을 고려해 부족한 점을 해소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결국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대폭적인 경찰 인력 증원으로 입교 대기자들은 정권 기간 내내 꾸준히 양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입교 대기자들의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을 위해 사이버 교육 센터를 운영하는 중”이라며 “사이버 교육을 받으면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경찰시험 개정’ 학원가 들썩
형법 몰라도 된다고? 너도나도 ‘우르르’
정부의 경찰 인력 증원 방침으로 학원가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기존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이들과 더불어 취업 준비생들까지도 대대적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등 공무원 시험 최대 ‘핫이슈’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한 노량진 학원가 관계자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은 이미 최대치다. 경찰 학원 설명회만 열었다하면 문정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채용 인원만큼 낮아지는 문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시험 과목이 새롭게 개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영어 △한국사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이 모두 필수과목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영어와 한국사만 필수과목일 뿐, 그 외에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은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이 중 세 가지만 선택하면 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에 어려운 형법이나 형사소송법보다는 국어나 사회, 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삼는 추세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전부터 시험을 준비했다는 한 경찰 공무원 준비생은 “새로 유입되는 수험생들은 법 과목이 어렵다는 이유로 법 관련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이젠 수학, 과학 시험을 보고 들어온 경찰관이 총을 들고 법을 집행하게 생겼다. 기존 수험생들이 이런 문제를 상당히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는 현직 경찰관들도 상당히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험생 때만큼 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시기도 없다”며 “후배 경찰들이 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우려 된다”라고 전했다. [환]
형법 몰라도 된다고? 너도나도 ‘우르르’
정부의 경찰 인력 증원 방침으로 학원가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기존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이들과 더불어 취업 준비생들까지도 대대적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등 공무원 시험 최대 ‘핫이슈’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한 노량진 학원가 관계자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은 이미 최대치다. 경찰 학원 설명회만 열었다하면 문정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경찰학원에서 자습 중인 수험생들. 올해부터 경찰 공무원 시험 중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등이 선택과목으로 분류됐다. 최준필 기자
이러한 문제는 현직 경찰관들도 상당히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험생 때만큼 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시기도 없다”며 “후배 경찰들이 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우려 된다”라고 전했다.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