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 함께하며 가족처럼 뭉쳤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월 18일 오후(현지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심석희, 박승희, 김아랑, 조해리, 공상정. 연합뉴스
드림팀 5인방이 이렇게 강한 결속력을 가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드림팀 5인방의 첫 만남은 지난 2013년 4월 11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석희는 500m, 1000m, 3000m계주 등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고, 김아랑은 1500m와 3000m 계주에서 2위를, 박승희는 1000m와 3000m 계주에서 3위, 그리고 1500m 1위, 조해리는 1000m 2위로 마치고 마지막으로 공상정은 500m에서 3위를 기록하며 최종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아랑은 과거부터 박승희 선수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가족처럼 지내오던 사이였고, 박승희는 맏언니 조해리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부터 동고동락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친분이 두터웠다. 새로 결성된 대표팀은 이 세 사람의 인연을 바탕으로 서로 친해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결속력은 작년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진행됐던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을 통해 상당히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각자 개인기록을 갈아치웠을 만큼 혹독한 훈련을 진행했던 캐나다 전지훈련에서는 고생한 만큼 서로의 우정도 돈독해졌다. 대표적으로 훈련 기간 동안 최광복 코치의 생일 축하 이벤트로 쇼트트랙 남녀 대표인 김아랑, 심석희, 공상정, 박세영, 신다운 등이 크레용팝이 부른 ‘빠빠빠’의 안무를 따라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맏언니 조해리의 생일도 선수들끼리 챙겨주고 조촐한 파티를 하며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가족같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난 후 조해리는 “선수들이 서로 힘든 일을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선수들끼리 단합도 잘되고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말한 대목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다져진 ‘동지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조해리가 지난 15일 1500m 준결승전에서 김아랑의 결승진출을 돕는 희생적인 레이스를 펼쳐 보이며 선수단의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평소에 차분한 어조로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박승희가 조해리와 함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리고 공상정, 심석희, 김아랑 등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에 위축되지 않고 톡톡 튀는 행동으로 대표팀에 신바람을 불어넣으며 팀워크에 힘을 보탰다. 선수들은 전지훈련이나 소치올림픽 D-100일 기념, 선수들 생일, 크리스마스 기념, 그리고 일상모습 등을 트위터에 수시로 올리며 ‘드림팀 5인방’의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SNS를 이용한 소통 외에도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채팅도 주요 친목도모 및 훈련 토론의 장으로 쓰인다. 우선, 빙상 삼남매인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 선수는 부모님과 같이 가족채팅방을 만들어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근황을 전한다. 그리고 쇼트트랙 남녀 10명정도의 선수들이 단체방을 따로 열어 수시로 훈련 결과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 힘든 일이든 기쁜 일이든 위로, 격려, 그리고 응원을 쉬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통은 선수들 사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광복 코치는 한국에서부터 소치에 입성한 후에도 줄곧 아이패드로 선수들의 자세를 면밀히 촬영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공유하고 자세, 경기운영, 전략적인 면에서 다각도로 조언을 한다. 다른 코칭스태프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상대 선수들을 촬영해 현장에서 바로 분석한다. 최 코치는 선수들과 훈련장에서 길게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통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실시간으로 촬영한 상대 팀 영상을 공유하며 선수들에게 특정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하고 답을 하게끔 숙제를 내준다. 그리고 선수가 답을 내놓은 이후엔 훈련장에서 실제 연습을 통해 맞는 답인지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스마트 기기를 훈련에 접목하여 빠르게 상황에 맞는 분석을 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상대 팀의 전략이나 경기운영 방식까지 예측하여 대비책을 빠르게 세울 수 있다는 점과, 수시로 스마트폰을 통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소통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최고조로 향상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이 순항한 것만은 아니었다. 장비담당코치였던 백 아무개 코치가 성추행 파문을 일으켰던 당사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퇴촌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백 코치는 지난 2012년 모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의 오피스텔로 선수를 불러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화장실에 가겠다고 둘러댄 선수가 부모님한테 연락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이트가 생명인 선수들의 장비를 담당하는 코치가 해임되면서 선수들은 장비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올림픽에 집중했다. 지난 1월 15일 열렸던 소치올림픽 빙상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박승희 선수는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던 만큼 외부적인 요인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며 대표팀을 추스르는 말을 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결성됐던 ‘드림팀 5인방’의 여정은 위기도 있었지만 끈끈한 팀워크와 혹독하지만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비틀거리던 빙상계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을 선사하며 얼음 위의 잔다르크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강기준 인턴기자 rockstars9@gmail.com
금 비결은 ‘지옥훈련’
하루 13시간도 모자라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하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5월 5일 태릉선수촌 입소 후 약 3주 동안 빙상 근처도 가지 않았다. 섭씨 31도까지 기온이 올라 땀범벅이 되어도 하루 6시간씩 체력 훈련 프로그램만을 실시했다.
코너를 잘 도는 데 필요한 근육강화 훈련인 지상 코너벨트 훈련을 시작으로 파워점프, 400m 인터벌 등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올림픽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졌다. 지난 9월 26일부터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을 앞두고는 보다 더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선수들의 하루 훈련 일정은, 새벽 4시40분에 기상하여 5시부터 몸 풀기와 새벽 스케이트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10시 50분부터는 웨이트 훈련에 들어간다.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지상훈련을 시작한다. 여기엔 스케이트 훈련과 하체 근력 강화 훈련이 포함된다. 저녁 6시 30분이 되면 13시간가량의 하루 일과가 모두 끝이 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후부터는 각자 개인 훈련을 하거나 재활치료를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소치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도 지옥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하루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훈련으로 보냈다. 특히 하루 훈련 일정 중 1~2시간씩은 따로 계주 훈련을 했다. 우리나라 훈련 일정과 다른 나라의 훈련 스케줄을 비교하면 외국 선수들의 훈련은 매우 ‘가벼워’ 보인다. 외국 선수들의 훈련표를 보면 격일로 스케이팅과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체력훈련을 번갈아 가며 실시한다. [강]
하루 13시간도 모자라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하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5월 5일 태릉선수촌 입소 후 약 3주 동안 빙상 근처도 가지 않았다. 섭씨 31도까지 기온이 올라 땀범벅이 되어도 하루 6시간씩 체력 훈련 프로그램만을 실시했다.
훈련 중인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연합뉴스
선수들의 하루 훈련 일정은, 새벽 4시40분에 기상하여 5시부터 몸 풀기와 새벽 스케이트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10시 50분부터는 웨이트 훈련에 들어간다.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지상훈련을 시작한다. 여기엔 스케이트 훈련과 하체 근력 강화 훈련이 포함된다. 저녁 6시 30분이 되면 13시간가량의 하루 일과가 모두 끝이 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후부터는 각자 개인 훈련을 하거나 재활치료를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소치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도 지옥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하루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훈련으로 보냈다. 특히 하루 훈련 일정 중 1~2시간씩은 따로 계주 훈련을 했다. 우리나라 훈련 일정과 다른 나라의 훈련 스케줄을 비교하면 외국 선수들의 훈련은 매우 ‘가벼워’ 보인다. 외국 선수들의 훈련표를 보면 격일로 스케이팅과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체력훈련을 번갈아 가며 실시한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