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맹부삼천지교’
[일요신문] 심석희 선수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1500m 은메달과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기까지는 아버지 심교광 씨(51)와 오빠 심명석 씨(22)의 숨은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7년 동안 심교광 씨와 심석희는 단 둘이 서울 생활을 하며 스케이트를 탔다. 심 선수 가족은 원래 본가가 강원도 강릉이다. 심석희는 스케이트를 먼저 시작한 오빠를 따라 강릉빙상장에 갔다가 스케이트에 입문하게 됐다. 당시 그의 나이 7세였다. 이번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장비담당 코치로 소치 올림픽에 합류했던 조재범 코치(33)의 눈에 심석희가 들어왔다.
심석희와 아버지 심교광 씨.
그는 심석희에게 적극적으로 선수생활을 권유했다. 오빠는 중학교 때 스케이트를 그만두었지만 심석희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였다. 심교광 씨는 딸에게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고 딸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무연고인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아버지 심 씨는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의 수중에는 퇴직금 1억 원 남짓이 있을 뿐이었다. 그 알토란 같은 돈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까지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심 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딸의 훈련을 쫓아다녔다. 강릉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훈련장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고자 3번이나 이사를 했다. 심 씨는 훈련장인 송파구 한국체대 근처에 집을 얻기 위해 남성복 판매, 중고차 매매 등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다니는 오빠 심명석 씨의 사연 또한 아버지 못지않다. 심명석 씨는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9개월 동안 햄버거 가게 배달과 파트타임 경호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심석희를 위해 200만 원 상당의 고가 스케이트를 마련했다. 색깔은 녹색. 심석희가 평소에 좋아하는 색깔이었다. 특히 심 씨는 맞벌이로 훈련비용을 충당하느라 바빴던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여동생을 챙겼다.
강기준 인턴기자 rockstars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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