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들 가난·성매매 악순환”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코피노 여자아이들은 성매매의 길로 빠질 확률이 높다”며 “코피노 쉼터에서 성매매를 하던 14세 여자아이를 구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필리핀 현지의 많은 신청자 중에 총 6명을 선정해 국내에서 아버지 찾기를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그중 한 명만 연락이 닿아 양육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미 한국에서도 가정을 꾸린 남성이라고 들었다.
“한국에 가정이 있는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선생님과 제자 관계로 현지 여성을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나보더라. 우리 측에서 연락을 하니 깜짝 놀라면서 자신의 집엔 절대 알려지지 않게 해 달라며 소송 없이 양육비 지원을 약속해줬다. 아직도 한국 와이프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걸로 알고 있다.”
―나머지 5명은 아버지를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인가.
“우리도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아이를 낳을 정도면 상대에 대한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혼인신고서가 있어도 로마자로 적힌 이름과 간단한 주소밖엔 (아버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 로마자 이름마저도 한국 발음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를 찾지 못한 코피노들은 어떻게 생활하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육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은 거의 방치돼 있다. 또한 코피노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성매매의 길로 빠질 확률이 높다. 엄마가 성매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거다. 한 코피노 쉼터에서 성매매를 하던 열네 살 여자아이를 구출한 사례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딸이 태어나 어쩌면 친딸과 성매매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말로만 들어도 심각한 상황인데 필리핀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코피노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원단체 등에 따르면 코피노들이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코피노들이 성매매로 인해 태어난다. 필리핀에서도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인지는 하고 있으나 성매매를 단속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현지에서 본 한국인들의 성매매 실태는 어떤가.
“필리핀은 유적지가 없는, 오로지 휴양에 맞춰진 곳이다. 그러다보니 골프를 치고 술 마시고 2차 가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필리핀 성매매 집결지에 가면 오후 9~10시 무렵엔 유럽인들이 많고 그 이후부턴 술 취한 한국인 아저씨들이 점령한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도 특징이다. 또 한국 남자들은 비싸도 어린 여성들을 좋아한다. 소아기호증이라기보다는 이왕이면 어린 여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콘돔을 쓰지 않아도 성병에 걸릴 위험도 적고. 게다가 처녀를 찾는 한국인 때문에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인신매매도 일어난다. 가난한 집에서 자식을 돈 받고 파는 것이다. 가끔 처녀가 아니라고 돈을 적게 줘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필리핀 여성들 사이에선 유독 어린 여성과 처녀성에 집착하는 한국남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극과 극이다. 필리핀 여성들은 한국인 남성에 대해 환상이 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드라마 속 자상한 한국남성을 꿈꾼다. 자연스레 유학생, 사업가, 현지 파견직 남성들과 동거를 하고 애를 낳는다. 그들은 주변의 많은 여성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도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설마 아이까지 낳았는데 버리겠느냐는 생각도 가지는 것 같다. 물론 한국인은 절대 안 만나겠다는 여성들도 있다. 평소엔 다정하다가도 잠자리에선 폭력적이고 변태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필리핀 원정 성매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코피노에 앞서 재피노(일본인과 현지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논란도 있지 않았나.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기생관광이 유행하면서 4만 명 정도 재피노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도 재피노는 우리보다 앞서 아버지 찾기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성년이 되면 일본으로 취직도 하는 등 상황이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아버지보단 고모나 할머니 등이 핏줄이라는 생각과 현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대신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더라. 최근엔 다문화가정 개념으로 ‘JFC(Japanese Filipino children)’라 부르며 인식 전환도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도 아버지 찾기 캠페인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멀쩡한 가정을 깨버리는 일이다’ ‘양육비가 진짜 아이에게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등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캠페인을 통해 한 아이라도 도움을 받고 책임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 생각한다. 한국은 성을 사고(한국인 남성 성매수), 팔고(한국인 여성 성매매), 경유하는(성매매 여성들이 최종 목적지에 가기 전 한국 경유) 특이한 국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한편으론 더 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똑같이 성 착취를 하지 않는가. 모두가 함께 반성해 더 이상 성 착취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탁틴내일’은 어떤 단체? 여성아동청소년 사회 약자 ‘도우미’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회단체로 지난 1995년 3월 1일 창립됐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성상담 및 성교육 활동, 청소년 문화사업, 학교 폭력 예방활동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양성평등 가족 만들기 운동, 임산부 기체조 운동 등 다방면에서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국제 아동 성 착취 반대 단체인 ECPAT에 한국 대표로 가입해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코피노의 아버지 찾기 캠페인’이 대표적이며 앞으로도 국제아동인권센터, 유엔인권센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과 협력해 관련 한국 사회의 성문화와 성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