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신세 ‘아 옛날이여’
사법연수원 건물 전경. 일요신문DB
연수원생들 대부분이 은행대출을 받는 ‘마이너스 신세’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마저 급여가 인상되면 ‘왜 변호사가 될 사람들을 교육시켜줘 가며 국가에서 월급을 주느냐’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급여 현실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한다. 상당수의 연수원생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법연수원생은 대개 1억 원 정도의 금액을 무담보로 빌릴 수 있다. 일반 월급쟁이들이 1000만~2000만 원 정도만 빌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은행 이자도 훨씬 저렴하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상환할 능력이 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생들의 평균적인 대출액수는 5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판·검사 임용이나 로펌 취업이 안 돼 개업을 하게 되면 빚은 더욱 커진다. 사실상 7000만~1억 원 사이의 초봉을 받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 당분간 빚쟁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 때문에 몇몇 사법연수원생들은 사법시험 준비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 몰래 가명을 사용하며 신림동 고시촌에 출강해 수억 원대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사법연수원생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외부 영리활동은 엄격하게 금지되며, 적발될 경우 징계대상이다. 중소 로펌에 취업한 지 2년째 되는 A 변호사의 경우 연수원생 시절 빌린 1억여 원의 빚 때문에 지금도 생활고에 허덕인다. 매달 받는 급여에서 이자로 나가는 금액만 해도 1년에 800만 원 이상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사법연수원생들에 대한 ‘마담 뚜’로 불리는 중매쟁이들의 선호도는 예전같지 않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한 변호사는 최근 맞선자리에 나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만 하면 여자들이 줄을 설 줄 알았지만, 변호사가 된 후에 소개를 받으러 나갔다가 ‘다니는 로펌 규모가 어떻게 되나’ ‘차는 뭘 모나’ ‘자산은 얼마냐’ 등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헛물을 켰다. 이 변호사는 “한동안 사법연수원생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매시장에서 귀한 손님대접을 받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며 “연수원생들도 중매를 통해 이성을 만나기보다는 주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선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