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박’ 두번 연속 뒤집기쇼
25일 제11국, 김지석이 탄샤오에게 졌다. 김지석은 2차전 마지막 대국에서 일본의 장쉬를 꺾어 기세를 올렸으나 연승에 실패했다. 26일 제12국, 한국은 마지막 주자 박정환이 탄샤오를 눌렀다. 박정환의 대역전승이었다. 박정환이 공격에 실패하면서 절대 비세로 몰렸으나 탄샤오는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국후 중국 단장 위빈 9단(47)은 탄샤오를 불러 “네가 정신이 있는 친구냐. 어떻게 끝내기에서 여섯 번이나 실수를 하냐”면서 호되게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27일 제13국, 중국에서는 저우루이양이 등장했다. 상황은 어제의 재판이었다. 박정환은 초반부터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저우루이양의 반격에 휘말렸다. 상황은 어제보다 더 나빴다. 필패지세였다. 두 나라 검토실에서는 “90%, 아니 거의 100% 저우루이양이 이겼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중국은 표정관리에 들어갔고, 한국은 어둠 속의 늪처럼 가라앉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저우루이양은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자 떠는 것 같았다. 안전 모드로 일관했다. 박정환의 대마를 잡으러 갔으면 잡을 수도 있는 장면에서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만족했고,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대목에서는 날기는커녕 자신의 집에 가일수했다. 어떻게 두어도 이긴다는 것, 우승 결정국이니 멋을 부리지 말고 조심조심 닦겠다는 것이었다. 집도 부족했고, 대마도 불안해 언제 돌을 거둘까를 고민하던 박정환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0.1%의 가능성을 낚아채더니 저우루이양의 대마를 패로 물고 늘어졌고, 대마를 살려 주는 대가로 대마를 거저 살린데다가 일거에 50집을 빼앗았던 것. 중국 검토진은 판을 거두었지만 저우루이양은 한참을 더 방황하다가 돌을 거두었다. 위빈 단장은 어제는 탄샤오를 크게 야단쳤지만, 오늘은 너무 어이가 없어 입을 열지도 못했다.
박정환은 지난 대회 때 와일드카드를 받아 농심배에 처음 출전했는데 그때도 최종 주자로 나서 중국의 셰허 9단(30)과 장웨이제 9단(23)을 꺾고 한국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이번에도 박정환은 승부를 최종국까지 끌고갔지만 중국의 마지막 주자 스웨에게 패배를 당하며 아쉽게도 우승을 넘겨줬다.
이광구 객원기자
흑 ‘자만의 한 수’ 흑 - 저우루이양 9단, 백 - 박정환 9단 박정환 9단 대 저우루이양 9단의 바둑. 박 9단이 백을 쥐었다. <1도> 역전의 불씨가 튄 장면이다. 좌하귀 흑1, 중앙 백 대마에 대한 공격을 보류하고 우선 나를 지킨다. 하긴 백2에 이었어도 대마는 여전히 한 집도 없는 미생마다. 흑3은 좋은 수. 백A가 선수여서 흑 대마도 조금은 불안하다. 그걸 선수로 보강하겠다는 것. 흑B로 나오는 수가 있으니까. 겸사겸사 좌상귀 흑에도 숨을 불어넣고 있다. <2도> 백1은 뭔가 꼬투리를 잡아 보려는 역습인데, 백5 다음 흑6이 모두를 경악시킨 ‘기막힌’ 가일수였다. 인터넷에서 해설하던 김성룡 9단(38)이 실소했다. “허! 이겼다는 건가요? 무지무지한 침착이군요. 이긴다면 그야말로 초절정 수준의 대세관이라고 극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제가 보기엔 ‘자만의 한 수’ 같습니다. 상대에게 돌을 거두라는 거드름 같기도 하구요.” 흑은 왜 A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백7에서 9로 역전의 불씨가 다시 한 번 튀고 있다. 흑10으로 두었는데…. <3도> 백1, 3이 파열음을 낸다. 흑4 다음 백5로 에 따내 패! 이때까지도 저우루이양은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살자는 팻감은 부지기수고, 백도 부담이 적지 않고, 대마만 살면 끝이니까. 그러나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었다. 박정환이 이 패를 버틸 것이라는 것. 흑6은 팻감이지만, 손해. 백7이 기다리고 있다. 흑8로 패를 따고 백9로 잇자 흑10으로 끊는다. 이래도 버틸 거냐. <4도> 백1부터 다시 패싸움. 백은 우상귀가 팻감 창고였다. 저우루이양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있었다. 우상귀 백29도 멋진 팻감. 저우루이양이 오히려 패를 버티지 못하고(흑4, 10, 16, 22, 28과 백7, 13, 19, 25는 패따냄) <5도> 흑1로 대마를 살렸다. 그러자 백4, 6으로 우상귀 흑이 전멸했다. <6도>는 우상귀를 희생하면서 중앙 흑 대마가 사는 모습. 흑9로 좌상귀를 들어내고, 좌상과 중앙이 연결된 백 대마 전체가 아직 다시 미생이 되었으나 이제는 잡힐 말이 아니다. A-B 맞보기로 후수 한 집이 있어 하변 백12부터 여기서 한 집만 만들면 되니까. 한 집 만드는 과정에 약간의 곡절은 있었으나 대마는 살았고, 저우루이양은 참담히 돌을 거두고는 복기도 없이 일어나 초점 잃은 눈빛으로 대국장을 나갔다. [구] 흑 ‘자만의 한 수’ 흑 - 저우루이양 9단, 백 - 박정환 9단 박정환 9단 대 저우루이양 9단의 바둑. 박 9단이 백을 쥐었다. <1도> 역전의 불씨가 튄 장면이다. 좌하귀 흑1, 중앙 백 대마에 대한 공격을 보류하고 우선 나를 지킨다. 하긴 백2에 이었어도 대마는 여전히 한 집도 없는 미생마다. 흑3은 좋은 수. 백A가 선수여서 흑 대마도 조금은 불안하다. 그걸 선수로 보강하겠다는 것. 흑B로 나오는 수가 있으니까. 겸사겸사 좌상귀 흑에도 숨을 불어넣고 있다. <2도> 백1은 뭔가 꼬투리를 잡아 보려는 역습인데, 백5 다음 흑6이 모두를 경악시킨 ‘기막힌’ 가일수였다. 인터넷에서 해설하던 김성룡 9단(38)이 실소했다. “허! 이겼다는 건가요? 무지무지한 침착이군요. 이긴다면 그야말로 초절정 수준의 대세관이라고 극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제가 보기엔 ‘자만의 한 수’ 같습니다. 상대에게 돌을 거두라는 거드름 같기도 하구요.” 흑은 왜 A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백7에서 9로 역전의 불씨가 다시 한 번 튀고 있다. 흑10으로 두었는데…. <3도> 백1, 3이 파열음을 낸다. 흑4 다음 백5로 에 따내 패! 이때까지도 저우루이양은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살자는 팻감은 부지기수고, 백도 부담이 적지 않고, 대마만 살면 끝이니까. 그러나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었다. 박정환이 이 패를 버틸 것이라는 것. 흑6은 팻감이지만, 손해. 백7이 기다리고 있다. 흑8로 패를 따고 백9로 잇자 흑10으로 끊는다. 이래도 버틸 거냐. <4도> 백1부터 다시 패싸움. 백은 우상귀가 팻감 창고였다. 저우루이양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있었다. 우상귀 백29도 멋진 팻감. 저우루이양이 오히려 패를 버티지 못하고(흑4, 10, 16, 22, 28과 백7, 13, 19, 25는 패따냄) <5도> 흑1로 대마를 살렸다. 그러자 백4, 6으로 우상귀 흑이 전멸했다. <6도>는 우상귀를 희생하면서 중앙 흑 대마가 사는 모습. 흑9로 좌상귀를 들어내고, 좌상과 중앙이 연결된 백 대마 전체가 아직 다시 미생이 되었으나 이제는 잡힐 말이 아니다. A-B 맞보기로 후수 한 집이 있어 하변 백12부터 여기서 한 집만 만들면 되니까. 한 집 만드는 과정에 약간의 곡절은 있었으나 대마는 살았고, 저우루이양은 참담히 돌을 거두고는 복기도 없이 일어나 초점 잃은 눈빛으로 대국장을 나갔다. [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