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최대쟁점 ‘김영완 행적’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세번째 공판이 열린 이날 당초 최대의 관심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박지원 전 장관과의 공방 여부였다. 2차 공판에서 두 사람은 정부몫의 대북지원금 1억달러 자금 마련을 놓고 한 차례 설전을 벌인 바 있기 때문.

그러나 이날의 최대 쟁점은 <일요신문>이 지난 7월3일자에서 특종보도한 김영완씨의 남북예비접촉회담 장소 동행이었다.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이는 김종훈 특검보였다. 김 특검보는 박 전 장관에 대한 신문중 갑자기 “김영완씨를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다소 당황한 듯 박 전 장관은 머뭇거렸고, 변호인인 김주원 변호사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미 특검 조사 과정에서 관련된 내용을 다 진술했고, 여기 혐의 사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그러자 특검측에서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김씨와 관련된 내용의 증언을 통해 피고의 전체 진술에 대한 진실 여부를 간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맞섰다.

김 특검보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영완씨는 박지원 피고인과 지난 2000년 3월에서 4월 사이 네 차례의 예비접촉회담 장소의 출입국 기록이 놀랍게도 일치한 것으로 나와 있다”면서 “현지에서 김씨를 만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전 장관은 자신과 김씨의 출입국 기록이 정확히 일치했다는 보도를 이미 접해서 알고 있는 듯 비교적 순순히 이에 동의했다.

박 전 장관은 “김씨를 현지에서 만난 적은 있다. 예비접촉회담시 먼발치서나마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같이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그를 목격은 했으나, 동행하거나 회담에 대해서 논의하거나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 어떻게 매번 이렇게 회담 장소마다 김씨가 동일 장소에 나타날 수 있느냐”고 거듭 묻자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며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네 차례의 회담 장소에서 모두 김씨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일요신문>의 의혹 제기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특검측의 질문은 정몽헌 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정 회장은 김씨에 대해 “난 한 번도 김씨를 현장에서 본 적이 없다”라고 짧게 일축했다.

김씨와 관련된 내용은 이날 공판의 최대 이슈였으며, 특검측과 변호인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대부분 특검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들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던 특검측의 신문에 대해 피고인들은 어느 정도 질문을 예상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갑작스런 김씨에 대한 질문에 박 전 장관 등 피고인측이 당황했던 것. <일요신문>은 이 의혹을 6월24일 보도했으며, 이때는 이미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다음날인 25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김씨의 출입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