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마!” 영감님 방은 아직 80년대
<일요신문>이 지난 2월 25일 국회사무처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월 13일 기준, 5급상당 비서관은 남성이 490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지만 여성은 97명(17%)뿐이었다. 가장 높은 직급인 4급상당 보좌관은 남성 553명(94%), 여성 34명(6%)으로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낮은 직급인 인턴과 비서로 활동하는 여직원들은 많은 편이지만 높은 직급으로 갈수록 여직원의 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오래 일한 여직원들은 대부분 노처녀들이다. 결혼과 육아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써야하는데 한 사람이 쉬게 되면 의원실에 큰 불편을 주기 때문에 본인도 눈치를 보게 되고 의원실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떤 의원실에서는 의원이 아끼는 여비서에게 ‘결혼하지 말고 나랑 오래 일하자’라고 농담 삼아 말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의원실에서는 인턴 2명, 비서 3명, 비서관 2명, 보좌관 2명 등 총 9명의 인력을 쓸 수 있고 전적으로 해당 의원에게 채용 권한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의 여성 비서관은 “의원실 업무는 보통 행정과 정책으로 나뉜다. 행정 쪽은 여성들이 결혼해서도 할 만하지만 정책 쪽은 오래 하기 어렵다. 정책 업무 자체도 여성들이 하기 힘든 구조”라며 “주로 인턴 때 여성에게 전화 등 행정 업무를 맡기는데 본인이 정책 쪽에 욕심이 있으면 행정 업무를 모두 끝내고 자기 시간을 들여서 정책 업무를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비서관은 이어 “출산휴가 같은 것은 쓸 수는 있지만 눈치 보이고 육아휴직의 경우 1년을 쉬어야 해서 쓴다면 그만두는 것이 내부 원칙”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 2월 13일까지 약 14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쓴 여성 보좌관과 비서관은 각각 11명, 6명뿐이었다.
의원실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일의 특성 때문이다. 앞서의 여성 비서관은 “의원실은 각자 맡은 일이 정해져 있다. 3개월이나 1년을 쉬면 다른 사람을 단기 채용해 일을 맡기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람을 내몰고 본인이 의원실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감도 떨어져서 의원실에서도 환영하지 않는다. 남자들도 몇 달간 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정책 연구소 관계자는 “정책 업무는 강도와 연속성이 중요해 여성들이 업무 자체를 하기 힘들다. 의원 한 명에게 채용 여부가 달려있는 구조로는 고칠 수 없는 부분이다. 육아휴직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출산휴가 같은 경우 의원의 배려 여부에 따라 이뤄지는 곳도 있지만 아예 차단하는 곳도 있다”며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고쳐지려면 의원 개별의 채용이 아닌 직원 전체를 풀로 관리하며 각 의원실에 배분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