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탈북 대안학교 ‘북북갈등’ 내막

학교 운영권 놓고 설립자-교장 진흙탕 싸움

[일요신문] 탈북자 2만 5000명 시대다. 이젠 한국 내 하나의 사회로 자리 잡은 탈북자 집단 내에서도 종종 ‘북북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탈북학생 대안학교 안에서는 해당 학교의 운영권을 두고 벌써 1년 넘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학교를 설립한 단체 측은 실제 학교를 운영해온 학교장을 상대로 갖가지 혐의를 들어 고소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 내막을 <일요신문>이 파헤쳤다.

탈북학생 대안학교인 S 학교에서 1년 넘도록 운영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어른들 싸움에 정작 재학 중인 탈북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구윤성 기자

서울 구로에 위치한 S 학교. S 학교는 탈북자 자녀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설립된 방과 후 대안학교다. 이곳은 지난 2010년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뜻을 모아 탈북 지식인들의 학술단체이자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고 있는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가 설립했다. 최근에는 탈북사회를 대표하는 유명 초등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난 1월 1일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대거 학교를 방문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탈북 어린이 40여 명이 재학 중이다.

S 학교 교장은 채 아무개 씨(여43)다. 채 씨는 2010년 8월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학교장을 맡아 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북한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한 교원 출신. 국내 정착 후 하나원에서도 교원 생활을 이어왔으며 자신이 이사로 몸담고 있는 NK지식인연대 측의 제안으로 학교장이 됐다. 채 씨는 여러 매체를 통해 탈북 어린이들의 대모이자 존경받는 탈북자 출신 교육자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 채 씨가 최근 NK지식인연대 측으로부터 업무상 횡령, 퇴거불응,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올 1월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교장 채 씨는 2013년 4월부터 학교 후원금을 포함해 2억 7000만여 원에 해당하는 학교 공금을 자신이 개설한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했으며, 학교 소유의 부동산(기숙사)을 임의로 처분해 착복했다고 한다. 또한 NK지식인연대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퇴거불응을 지속하고 있으며,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본인 명의로 S 학교의 비영리법인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NK지식인연대는 지난해 5월경에도 채 교장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사문서 위조를 제외한 횡령과 퇴거불응 등 혐의였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의 이상호 차장검사는 “지난해 5월 고소 건은 지난 2월 무혐의로 결론지었지만, 혐의(사문서 위조)가 추가된 만큼 접수된 고소 건에 대해 현재 새롭게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결국 학교의 운영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다. NK지식인연대 관계자는 “우리의 고용인에 불과한 채 씨는 금융권에 수억 원에 해당하는 많은 채무를 안고 있고, 수억 원의 후원금이 몰리는 학교를 사유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일을 꾸몄다”면서 “채 씨는 지난해 5월 9일 절차를 거쳐 해임됐지만, 지금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퇴거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채 씨의 말은 다르다. 채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흥광 대표는 사실상 고용주가 아니다. 설립 당시부터 학교 건물, 인테리어, 후원금 모집 등 내가 나서서 진행했다. 모든 운영비와 인건비는 학교 내부 차원에서 운영했다. 내가 일궈 놓은 학교가 안정기에 들어서니 학교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횡령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미 지난해 고소당한 횡령과 퇴거불응 등에 대해선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미 해임됐다는 NK지식인연대 측의 주장에 대해서 채 씨는 “김흥광 대표는 날 해임할 권한이 없다”며 “이사회에선 이미 부결 처리된 내용이다. 오히려 김 대표는 나를 몰아내기 위해, 건장한 탈북자와 함께 학교로 찾아와 위협했다. 현재 그 부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관건은 NK지식인연대 측이 추가한 ‘사문서 위조’ 혐의다. NK지식인연대 측은 채 씨가 학교의 사유화를 위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았고, 그 과정에서 건물의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입수한 임대차계약서와 채 씨가 구로세무서에 제출한 임대차계약서는 차이가 있었다. 건물은 한 기독교 단체가 임차해 S 학교 측에 제공하고 월 임대료를 학교 측이 지급하는 형태였다. 원본엔 임차인이 ‘NK지식인연대 S 학교’에 제공한다고 표기돼 있었지만, 채 씨의 제출본에는 ‘NK지식인연대’가 삭제돼 있었다. S 학교 측은 고유번호증 발급 이후 해당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공금을 이체해왔다.

그런데 취재 도중이었던 3월 6일, S 학교의 고유번호증이 취소된 사실이 <일요신문>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NK지식인연대의 주장을 구로세무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받아들인 셈이다. 채 씨는 위조 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그는 “사문서 위조는 오히려 김 대표가 자행했다”며 “지금까지 밝히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대기업 S 사, 한국장학재단, 고용지원금 등의 지원금을 서류로 꾸며 횡령했다. 이 부분에 대해 추후 고소하겠다”고 반박했다.

한편 NK지식인연대는 채 씨가 학교를 사유화하기 위해 기존의 교사들에게 폭언 등으로 사직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S 학교 교사 네 명 중 세 명이 내부 갈등 과정에서 사퇴했다. 이에 대해 NK지식인연대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한 퇴직교사는 “교장 채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우리 교사들에게 폭언과 강압 등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며 “특히 교사들을 테스트한다며 남한 수학기호와 용어에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 영재교육 수준의 수학문제를 풀게 했다. 문제를 못 풀면 폭언이 계속됐다. 결국 견디지 못해 학교를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채 씨는 “실력이 안 되는 해당 교사들이 고학급으로 옮겨달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계속했고 이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며 “실력 제고 차원에서 테스트를 한 것이다. 문제도 평이한 수준이었다. 사직한 교사들은 나를 내쫓으려는 김흥광 대표와 결탁해 공격하는 것이다. 인권유린을 한 적 없다”고 항변했다.

한병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