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서 대기하다 왔어요”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놀고 간다”고 기자가 답변하자 여성은 수화기를 들어 “삼촌, 주리(가명) 좀 보내줘”라고 전했다. 주리는 여성의 닉네임을 뜻하고, 수화기 너머에는 ‘성매매 브로커’가 있는 듯했다. 가격을 묻자 여성은 손가락 다섯 개를 폈다. 5만 원을 쥐어주고 칫솔과 면도기를 받았다. 여성은 나지막히 방 호수를 불러줬다. ‘311호.’
311호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름한 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벽지는 누렇게 떴고 침구는 한 동안 빨지 않은 듯 때가 남아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목욕 가운은 하나. 샤워를 한 후 목욕 가운을 입고 대기를 하라는 뜻 같았다.
목욕 가운을 입고 여성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약이 많이 밀려 있는 듯 20분이 지나도록 여성은 오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보며 살짝 지루함을 느낄 때쯤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여성이 도착한 것. ‘네’ 대답을 하자 문을 열고 A 씨가 등장했다.
A 씨의 나이는 38세. A 씨는 바쁜 듯 기자에게 “몇 살이냐. 귀엽다. 빨리 옷을 벗어라”며 독촉하기 시작했다. 순간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A 씨는 기자의 설득에 어렵게 인터뷰를 승낙했다.
일한 지 5개월가량 됐다는 A 씨는 자신이 한국인 신분임을 밝혔다. 중국계 여성도 일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 씨는 “중국인 동포 여성들이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만 서로 친하거나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해당 모텔 업주가 중국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관리는 돌아가면서 하는 것 같다. 업주도 주간, 야간 교대를 하지 않느냐”고 전했다.
A 씨는 PC방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 모텔로 들어왔다고 한다. A 씨는 “예전에 호황기만 해도 아가씨들 운영하는 사무실이 신림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락망만 갖춰놓고 운영을 하는 추세다. 여성들끼리 서로 얼굴도 모르고 모텔로 와서 돈만 받고 다시 대기하면 끝이다. 부천과 회현 쪽은 아직도 사무실이 있다. 흔히 아가씨들이 한 트럭 오고간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모텔 성매매도 낮과 밤에 따라서 등급이 다르다고 한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명목으로 20대나 여대생이 일을 하는 반면, 밤에는 연령대가 다소 높은 여성이나 유부녀들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나 정도 연령대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번다. 하지만 연령이 낮으면 1000만~1500만 원을 버는 아가씨도 더러 있다”라고 귀띔했다. 수익 배분은 5만 원에서 2만 원은 모텔 업주가, 3만 원은 성매매 여성이 갖는 구조다. 여성은 3만 원 중 1만 원에서 1만 5000원을 브로커에게 떼어주는 경우도 있다.
일을 하다보면 중국인 손님들을 자주 본다고 한다. A 씨는 “중국 손님들 대부분은 착하다. 진상손님도 있지만 이것은 중국, 한국 가리지 않는다. 값이 싸다보니 막 대하거나 욕을 하는 손님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전했다.
성매매 시간은 ‘20분’이다. 20분이 지나자 모텔 전화기가 울렸다. A 씨는 “다음에 또 보자”며 방문을 나섰다. 5분 후 기자가 방문을 나서자 복도에는 성매매가 끝난 듯 홀로 걸어오는 여성이 보였다. 기자가 모텔 입구를 나설 즈음 갑자기 카운터 주인이 불러 세웠다. “수고했어 삼촌, 음료수 한잔 먹고 가야지!” 카운터에는 음료수 7병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