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성북경찰서는 고려대 2학년 이 아무개 씨(20)를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A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지난 6일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과 동기인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약 1년간 사귀다 헤어졌다. 하지만 이 씨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다시 만나자며 따라다녔다.
얼마 뒤 A 씨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자신을 “왜 안 만나주느냐” “교제할 때 잘해줬지 않느냐”며 A씨를 스토킹 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7일 결국 비극이 발생했다.
이 씨는 A 씨의 하숙집 앞에서 기다리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돌아온 A 씨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A 씨는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겠다”며 소리치자 순간 격분한 이 씨는 A 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그런데 이 씨는 반성을 하기는커녕 자살로 위장하려 A 씨의 목에 휴대전화 충전기 전선을 감아놓고 담요를 가슴까지 덮어둔 채 현장을 떠났다.
A 씨의 시신은 다음날 옆방에 사는 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자살을 선택할 뚜렷한 동기도 없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A 씨에 대한 부검에서 ‘뚜렷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수사는 잠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A 씨의 손톱에서 남성의 DNA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진전됐다.
경찰은 A 씨의 주변을 맴돈 이 씨의 DNA를 채취해 손톱 밑 DNA와 대조했다. 그 결과 이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고 경찰은 지난 2일 집에 있는 그를 체포했다.
이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이 씨가 범행 후 부산 광안리로 가서 찍은 '셀카' 사진이 발견됐는데 사진 속 이 씨의 목에는 긁힌 듯 상처가 뚜렷했다.
이 씨는 처음엔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거듭된 추궁에 결국 범행 일체를 시인했고, 뒤늦게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이 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인 2012년 초에도 전 여자친구를 길에서 때리고 목을 조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A 씨는 학과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은 우등생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 하루 용돈을 1만 원만 쓰면서도 과 수석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