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통일을 대박으로 만드는 것은 여유가 있거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남한의 인프라 투자를 북쪽으로 돌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남한의 남아도는 인력과 기술과 장비로 북한의 열악한 도로 주택 사정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남북한 간 경제력 차이는 약 40배로 어림된다. 북한의 인프라가 우리보다 40년 이상 뒤처져 있음을 뜻한다. 이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뛰는데 북한은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이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도 거기에 한몫을 한다.
이런 차이를 놔둔 채로 남북통일은 우리에게 불감당이다. 비용 면에서뿐 아니라 ‘선진 국민, 후진 국민’ 논란을 야기할 남북 주민 간의 정서적 통합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통일 전 4배 차이 정도였던 동서독도 통일 후 25년이 지난 오늘까지 경제적 갈등을 겪고 있다.
통일이 대박인 것은 통일의 혜택이 남북한 양방향으로, 두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같이 개선된다는 뜻이다. 남한에는 10만㎢도 안 되는 면적에 5000만 명이 밀집해 있다. 공해와 무한경쟁과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그것이 가져온 현상들이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대기오염, 교통체증, 실업률 등이다.
남한보다 넓은 면적에 인구는 절반밖에 안 되는 북한을 남북이 공유하는 것은 한반도의 개발 및 인구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길이다. 남쪽의 과밀 비용도 완화할 수 있다. 북한을 자유로이 왕래하고, 그런 교류가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이어진다면 한민족은 보다 넓은 꿈을 꿀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통일비용의 선납 또는 분납 개념으로 봐야 할 이유다.
대북 지원의 최대 난제는 북한의 부족한 지불능력인데, 북한의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과 우리가 축적한 돈 버는 노하우를 지원하는 길이 있다. 개성공단을 키우고, 북한 전역으로 확산시키면 된다. 정부나 기업보다는 규모가 작겠으나 개인들도 대북투자에 기여할 수 있다. 나는 백두산 자락에 서비스센터를 차려서 백두산 여행객들에게 휴게의 공간으로 활용토록 하는 꿈을 꾸어왔다. 개인의 대북 투자 동참은 통일비용의 국민적 분담이자 통일의 완성을 의미한다.
남북은 지금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관계처럼 물적 교류를 기반으로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길로 가야 한다. 두 나라는 정상회담 한번 하지 않았으나 대만이 중국에 2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연간 1000만 명의 상호 방문시대를 앞두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남북 간의 격차가 좁혀졌을 때 비로소 영토적, 정치적 통일을 말할 수 있다. 40배의 경제력 차이를 10배로 줄이는 통일, 즉 반의반만 통일돼도 대박이다.
현실의 벽은 아득히 높지만 벽 너머를 봐야 대박도 가능하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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