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 왜 몽골 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
[일요신문] 몽골 제국, 역사상 그들보다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없었다. 몽골의 말발굽 아래 무릎 꿇지 않은 나라는 동서양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고려는 40년 세월을 끈질기게 저항하며 나라를 지켜냈다.
고려는 어떻게 몽골의 침략을 오랜 세월 막아낼 수 있었나. 물론 가족을 지키려고, 고려를 지키려고 분연히 일어서 싸우다 쓰러져간 수많은 백성의 희생 덕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도읍을 강화도로 옮긴 덕이기도 했다.
뭍 백성을 버려둔 채 강화 섬으로 천도한 고려 조정의 판단은 분명히 비겁했지만 한 편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강화도에서 조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몽골에 대한 장기 항쟁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몽골은 세계 대제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전도 치렀기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강화도를 못 쳐들어온 게 아니라 안 쳐들어왔다’는 견해를 보인다.
저자 이경수는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한다. 강화도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전국의 대몽항쟁지를 답사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몽골은 물을 겁냈다. 몽골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다. 강화도는 몽골군에게 별이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이라고.
저자는 몽골 제국이 ‘봐줘서’ 고려가 장기항쟁을 펼칠 수 있었다는 기존의 시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고려는 건국부터 마지막까지 거란, 여진, 몽골, 홍건적, 왜구 등과 쉼 없이 맞서야 했다. 이들과 싸우고 또 외교전을 펼치는 한편 송과의 관계도 능숙하게 이끌었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 피 흘리는 전쟁과 피 말리는 외교를 슬기롭게 병행해 가며 나라를 키웠기 때문에 몽골과의 항전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몽골 중심의 역사 해석은 고려의 국력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고려의 위대함, 우리 민족의 강인함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려라는 나라의 끈질긴 생명력을 제대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이경수 지음. 푸른역사. 280쪽.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