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대출 받을 자격 없는 부실 기업체에 수천억 원을 불법 대출해 준 전직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2명이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전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김 아무개(56) 씨와 여신담당 과장 양 아무개(42)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려 잡는 등의 수법으로 62차례에 걸쳐 122억 5200만 엔(한화 약 1467억 원)의 대출을 부당하게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4000억 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후임 지점장 이 아무개(58) 씨, 부지점장 안 아무개(54)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한 일본인에게 대출한도의 갑절인 2억 2000만 엔을 대출해 줬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실제로 사업활동을 하지 않는 휴면법인 명의로 대출을 신청했는데도 김씨는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이 잇따라 지점장으로 근무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불법대출 액수는 411억 엔, 우리 돈으로 5448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씨와 안 씨가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위조하는 데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양씨와 함께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들은 대출금액을 늘려주기 위해 지난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차주가 담보로 제시한 부동산의 매매계약서를 스캔한 뒤 숫자를 덮어쓰는 수법으로 담보가치를 배 가까이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직 지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부당대출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잡고 뒷돈을 건넨 차주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일본 수사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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