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을지로6가 굿모닝시티 부지(왼쪽)와 부지와 붙어있는 철거 예정 건물인 계림빌딩(오른쪽)이다. | ||
굿모닝시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채동욱)는 최근 굿모닝시티 윤창렬 전 대표(49)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학교법인 이화학원 재단 관계자와 방송국 고위 인사 등 4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소환된 인사들 중 이화학원 재단 관계자 2명을 구속하고, 방송국 고위 인사 2명은 불구속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화학원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이화여고와 이화외고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재단이다.
이화학원이 굿모닝시티와 연관된 것은 이 학원이 지난 94년 매입했던 서울 을지로6가 18의 220번지에 있는 계림빌딩(대지 5백3평, 연건평 4천3백95평)을 2002년 1월30일 굿모닝시티에 5백30여억원을 받고 매각하면서부터. 윤창렬씨는 이화학원으로부터 이 건물을 매입한 뒤 기존 건물을 헐어내고 주변 땅을 매입, 복합상가인 굿모닝시티를 세우려 했다.
문제는 윤씨가 이화학원으로부터 계림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 재단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챙겨줬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부분. 검찰은 지난 16일과 17일, 이화학원의 지아무개 차장(48)과 김아무개 관리부장(58) 등을 윤씨로부터 “계림빌딩을 싸게 팔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7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 과정에 한 방송국 방송본부장을 지낸 박아무개씨(66)가 윤씨로부터 수억원을 건네받아 이화학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이아무개씨(72)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박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박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이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박씨와 같은 방송국에서 6년 동안 사장을 역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현재 위암 수술을 받는 등 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3년부터 20년 동안 이화학원 이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2월15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굿모닝시티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항간에 나돌던 학원재단 및 언론계 고위 인사들의 연루설이 뜬소문만은 아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 관계자는 “현재 수사중이기 때문에 방송국 고위간부를 지낸 박씨와 이씨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요신문>은 이 사건과 관련, 주목할 만한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의 제목은 ‘윤창렬 면회일지’로, A4용지 석장 분량이다. 이 일지는 지난 8월2일 굿모닝시티 분양 피해자 모임인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 조양상 회장 등이 검찰 직원이 배석한 가운데 윤창렬씨를 서울지검 특수2부 사무실에서 면회했을 때, 윤씨가 털어놓았던 진술 내용을 자세히 기록한 것이다.
윤씨는 당시 면회온 협의회 관계자들과 검찰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플러스펜으로 메모지에 자신이 그동안 정·관계 인사들과 사채업자 등에게 전달한 돈의 액수를 적었다고 한다. 이 문건에는 윤씨가 이화학원측에 돈을 전달한 시점과 액수가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윤씨는 굿모닝시티의 강아무개 이사(구속)를 통해 모두 14억원을 이화학원측에 전달한 것으로 적혀있다. 이 중 7억원은 2001년 11월에 ‘소개비’ 명목으로 관리차장과 부장에게 전달됐으며, 나머지 7억원은 이화학원 재단에 전달됐다는 것.
▲ 이화학원이 운영하는 이화여고.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검찰은 이번에 방송국 본부장이었던 박씨를 불구속입건하면서 “윤창렬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고만 밝혔다. 따라서 문건에 실린 윤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의문의 ‘수억원’은 바로 ‘7억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윤씨의 주장대로 이화학원측에 전달된 14억원 중 7억원을 계림빌딩 매각업무에 관여했던 이화학원의 지씨와 김씨가 함께 챙겼다면, 나머지는 이화학원 재단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화학원 강병훈 이사장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강 이사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잘 모르는 일이어서 나도 답답하다”며 “만약 (윤씨가) 돈을 줬다면 재단의 누구한테 줬다고 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씨와 김씨 등 재단 간부들이 윤씨로부터 7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것이지 재단에서 받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이사장은 “우리 재단은 (굿모닝시티로부터) 동전 한 푼도 받은 것이 없다”며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이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 이사장 주장대로 이화학원 재단이 윤씨로부터 ‘단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중간에서 돈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세칭 ‘배달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배달사고였다면 우선 굿모닝시티의 윤씨가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강 이사에게 전달한 7억원의 일부를 강 이사 개인이 착복하고서 나머지 돈을 방송국 본부장이었던 박씨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추측은 박씨가 강 이사로부터 7억원을 받은 뒤 이화학원 재단 이사였던 이씨에게 수천만원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챙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굿모닝시티로부터 돈을 받아 재단 이사였던 이씨에게 수천만원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몰래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궁금증에 대해 검찰은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더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박씨와 이씨에게 이와 관련된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