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구청장 ‘전패’ “통합 효과 벌써 끝났다”
새정치연합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서울지역 구청장 25곳에서 전패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 멘붕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특히 <일요신문>이 받아 본 새정치연합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서울지역 구청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전승할 것이란 결과가 나와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내주긴 했지만 구청장 25곳 중 21곳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히로뽕 효과는 끝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대표가 통합 발표를 너무 일찍 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전계완 정치컨설턴트의 설명이다. “히로뽕은 처음엔 효과가 좋지만 금방 약발이 떨어진다. 또 그것보다 약한 마약은 더 이상 먹히질 않는다. 통합은 안 의원과 김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센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엔 어느 정도 통합으로 인해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지금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통합보다 더 독한 대책을 내놔야 할 텐데 지금의 새정치연합 역량으로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통합 추진 과정에서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긴 하다. 전국을 돌며 창당대회를 연 뒤 통합신당이 닻을 올리면 주춤했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통합에 따른 반사 이득은 이미 거둔 상태다. 단순히 체육관에서 창당대회를 했다고 지지율이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줄 수 있다”고 점쳤다.
실제로 3월 초 새누리당과 박빙을 다투던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현재 여론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5~10%포인트 뒤처져 있다. 물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면 새정치연합이 반격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봤을 때 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새정치연합의 각 계파가 지방선거 경선 룰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신당 지도부 구성을 비롯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이 과연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 민주당 모두 지방선거 그 이후를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신당 주도권 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질 것”이라면서 “제대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통합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친노무현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것도 새정치연합의 잠재적 불안 요소 중 하나다. 그동안 친노는 통합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었으면서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자칫 야권 분열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친노 진영에선 ‘김한길-안철수 독주체제’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확산 중이다. 야권 주류에서 이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친노 세력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친노가 야권에선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외우내환에 시달리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유일한 희망은 바로 지방선거다. 좋은 실적을 거두면 신당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투톱’으로선 친노의 반격을 막아 낼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 새정치연합 고민은 시작된다. 아직 선거 초반이긴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참패론’이 정치권에서 회자됐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판세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박원순 시장도 새누리당 유력 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 또는 정몽준 의원에게 근소한 차로 뒤졌다고 한다. 전략국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원칙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상당히 고전할 것이란 분석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상 구청장 선거는 현역이 다소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현역 구청장을 21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을 중심축으로 하는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전패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연막작전을 펴 지지층을 결속시키려한다는 의심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앞서의 전략국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조차 패배한다는 결과에 대해선 뭐라고 할 것이냐. 서울에선 무소속으로 나오면 현역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면서 “우리가 엄살을 피운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수치다. 서울지역 전패라는 결과가 공개되면 당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 무슨 자가발전이냐”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향후 새정치연합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민주당 전략국은 김한길 대표가 이 ‘전패 보고서’를 바탕으로 안철수 의원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벌써부터 민주당 중진급 정치인들은 무공천 재검토를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승리해야 새정치가 가능하다. 기초단체 정당공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도 “기초선거 무공천이 과연 안철수 의원이 얘기했던 새 정치인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조만간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를 골자로 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의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러한 절박함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양해를 구하면 된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설령 이로 인해 표를 갉아먹는다 하더라도 전패하는 것보단 나은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를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명분으로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 약속을 깬다면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당장에 김 대표는 약속 파기로 인한 대국민 책임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 측은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의원은 민주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원칙 방침을 확인한 후 통합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중진들이 일제히 무공천 재검토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 애초부터 이러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미끼로 안 의원을 낚은 뒤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으려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안 의원의 한 핵심 참모는 “무소속으로 선거 치르면 힘들다는 거 몰랐느냐. 약속을 어기면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통합을 그만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