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역도 없어 일수만 채우면 돼”
기자가 법무부 교정본부에 문의한 결과 돌아온 답변이다. 노역장 유치형을 살게 되더라도 노역은 하지 않고 유치장 안에서 선고일수를 채우고 나오면 된다는 얘기다. 지방에 있는 한 교도소 관계자는 “우리 소에서는 약간의 노역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재소자가 거부하면 강제로 시킬 방법은 없다. 재소자 인권 보호 차원 때문이다. 또 나이가 많거나 거동이 불편한 재소자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노역장을 갖춘 시설에서도 일을 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도 전했다. 이런 실정에 비춰볼 때, 일흔 살이 넘은 허재호 전 회장이 설령 제 발로 귀국을 한다고 하더라도 노역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노역장 유치형은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노역으로 벌금을 대체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역장 유치형을 받은 사람은 최대 3년까지 수감될 수 있다. 기간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수백억 원대의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일당’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역대 최고 일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하루 1억 1000만 원이었다. 이 회장은 2009년 주식 헐값 발행과 탈세 등의 혐의로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를 노역장 유치형으로 갚게 된다면 1000 일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기록은 허 전 회장이 갈아치웠다.
1일 노역 환산금액은 재판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홍현수 사무처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허 전 회장에게 내려진 환형금액 계산법은 아무도 모른다. 전적으로 법원이 임의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의 경우 1일 5만 원 정도의 일당을 선고받는다. 2004년 기준 도시일용노동임금 5만 2565원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10년 전 기준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아 올해 기소사건분부터 10만 원으로 인상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허 전 회장의 임금이 일반인의 5000배(10만 원 환산시)가 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원의 셈법에 의문을 표했다.
서윤심 인턴기자 heart5027@gmail.com